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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동아DB]
“저는 저 자체로 평가 받고 싶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이달 12일 대선 도전 의지를 밝히며 이 같이 말했다. “대한민국을 밝히겠다는 생각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체재가 아닌 ‘정치인 최재형’으로서 경쟁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실제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의 대선 행보는 시작부터 엇갈리고 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상식에 의해 나라가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정권교체를 확실하게 할 수 있느냐는 기준에 맞춰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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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15일 서울 종로구 반기문재단 사무실에서 반 전 유엔 사무총장을 예방하고 있다. 뉴시스
윤 전 총장은 지난 6일부터 ‘윤석열이 듣습니다’라는 이름을 내걸고 민생 행보를 펼치고 있다. 현장에서 국민과의 만남을 통해 탈원전 정책 등을 비판하며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반문(반문재인) 기조를 내세운 윤 전 총장은 야권 인사 등과 잇단 회동도 가졌다. 정권교체의 선봉에 선 대선 주자임을 각인시키며 야권 통합의 구심점으로서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앞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회동에서도 야권의 지평을 중도로 확장하고, 이념과 진영을 넘어 실용정치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윤 전 총장은 15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예방했다.
윤 전 총장은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무소속으로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그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를 만들겠다”며 “국민이 진짜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이 8월말로 예정된 국민의힘 ‘경선 버스’를 타지 않고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오른쪽)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이준석 대표와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 전 원장은 15일 이준석 대표를 만나고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지난달 28일 감사원장직 사퇴 이후 17일 만이다.
최 전 원장은 이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청년들의 삶이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온 국민이 고통 받고 있는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명제인 정권교체를 이루는 중심은 역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돼야 된다고 판단했다”고 입당 배경을 설명했다.
최 전 원장은 조기 입당을 통해 낮은 인지도와 지지율을 높이고, 당내 우호 세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당 지도부가 모여 최 전 원장의 입당을 환영하는 행사도 열었다.
최 전 원장은 감사원장 시절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적절성에 대한 감사를 여권의 공세 속에서도 밀어붙이며 보수 지지층 등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한 상태다.
일각에선 최 전 원장이 정치적 가치를 ‘변화와 공존’으로 제시하고 “나라가 너무 분열돼 있다”고 밝힌 만큼 ‘통합과 치유’를 강조하면서 반문 행보를 보이는 윤 전 총장과 차별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 전 원장은 윤 전 총장이 ‘처가 리스크’에 맞닥뜨리면서 상대적으로 도덕성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