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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예약 먹통? 시작전 ‘뒷문’은 뚫려있었다

입력 | 2021-07-15 17:15:00

사진 뉴시스


“2시간 동안 조카랑 스마트폰과 컴퓨터 붙들고 ‘무한 새로고침’ 하고 나서야 겨우 예약을 했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예약에 성공한 사람이 있다니. 저처럼 오매불망 기다린 사람은 뭐가 되는 거죠?”

50~59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약이 재개된 14일. 많은 대상자가 장모 씨(58·여)처럼 시작 시간인 오후 8시가 되기만 기다렸다. 시작 후 또다시 시스템이 ‘먹통’이 되자 모두 답답했을 것이다.

그런데 오후 8시 전부터 수월하게 예약한 사람들도 있었다. 예약 1시간 전부터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지금 예약이 된다. 이상하다”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글쓴이 자체도 어리둥절해하는 내용이었다. 이어 예약이 가능하다는 인터넷 연결 주소(URL)도 공유됐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포털 사이트에 ‘백신 접종 예약’과 같은 키워드를 입력해 접속하면 1단계로 홈페이지 첫 화면에 연결된다. 하지만 오후 8시 전까지 이 화면은 닫혀 있었다. 문제가 된 2번째 순서다. 첫 화면에서 ‘예약하기’를 클릭하면 본인 또는 대리예약을 선택하는 페이지가 나온다. 이 2번째 화면이 접속이 차단되지 않은 것이다. 즉 ‘대문’을 잘 닫았지만, ‘뒷문’을 열어놓은 셈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 추진단 관계자는 “예약 과정을 완벽하게 진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굉장히 송구하다”고 밝혔다.

예고 없던 ‘선착순’ 마감부터 이틀 만에 반복된 시스템 ‘먹통’ 그리고 ‘뒷문 예약’까지, 국민들은 황당할 수밖에 없다. 접종도 아닌 예약조차 혼란이 거듭되자 국민들의 걱정은 커져간다. 앞으로 백신을 맞아야 할 18~49세는 약 1900만 명이다. 50대 743만 명보다 훨씬 더 많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모 씨(37)는 “30대도 선착순이라고 들었는데 시스템 오류가 이렇게 잦으면 우리는 백신을 맞을 수 있긴 한 거냐”고 반문했다.

정부는 줄곧 “백신은 충분하니 기다리면 맞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말을 믿고 오랜 시간 기다려온 국민들이 자신의 접종기간에 서둘러 예약하려는 건 당연하다. 더 이상 국민을 분통 터지게 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사소한 문제까지 확인해 예약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백신 접종의 신뢰를 지킬 수 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