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뉴시스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 탄소국경세 입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의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글로벌 차원의 노력을 촉진하겠다는 명분이지만 환경을 앞세워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새로운 친환경 무역장벽을 세우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14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와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 상원은 이날 3조5000억 달러(약 3995조 원) 규모의 인프라 예산 규모를 합의하며 탄소집약적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같은 날 EU 집행위원회가 내놓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초안과 맥을 같이 한다. 다만 EU와 달리 미국 민주당 상원은 탄소국경세 세부안을 밝히진 않았다.
포스코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탄소 배출을 2030년까지 20%, 2040년까지 50% 등 감축한다는 계획을 지난해 내놨지만 EU의 과세 스케줄보다는 늦다. EU 탄소국경세는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 등 5개 분야에 2023년부터 3년간 과도기를 거친 후 2026년 전면 도입된다. 탄소중립을 위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고 철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 공법을 연구개발 중이지만 중장기 과제라 단기간 내 현장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5년 뒤부터는 유럽에 철강, 알루미늄 등을 수출하려면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하지만 탄소 배출량이 많을수록 비용 부담이 커져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비금속광물 및 1차 철강제품에 탄소국경세가 부과될 경우 수출이 2020년 대비 11.7%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포스코, 현대제철이 부담해야 할 탄소국경세가 3조7000억 원(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한국의 대(對)미국·EU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는 친환경차 전환이 시급해 졌다. 현대차와 기아의 유럽 친환경차 수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11% 정도다. 친환경차 수출이 미약한 르노삼성, 쌍용차, 한국GM 등 중견 3사는 설자리가 더 좁아지게 됐다.
국내 1위 현대자동차그룹은 유럽에서 친환경차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2025년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한 노르웨이에서 올해부터 친환경 차만 판매 중이다. 노르웨이에서 현대차그룹 판매 순위는 11위에 머물러 내연기관차를 판매할 때와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