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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슈&뷰]기술안보, 글로벌 공급망 경쟁의 방파제

입력 | 2021-07-16 03:00:00

코로나로 각국 新공급망 구축 나서
기술안보로 협상 경쟁력 갖춰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각국 정부는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기존의 적시 생산(just in time)과 국제 분업으로 대변되는 ‘비용 효율성’이 더는 최선의 가치가 아니란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은 올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국방 보건 과학기술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일보된 협력을 다짐했다.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산업의 공급망 강화를 위해 상호투자, 공동연구 등에 협력할 것을 합의하고, 첨단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외국인투자 심사, 수출통제 협력 필요성에 의견을 모은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첨단기술을 창출하는 역량 못지않게 이를 지키는 기술안보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우리도 더욱 주목해야 한다. 세계는 공급망 협력 파트너의 자격으로 기술경쟁력뿐 아니라 기술안보 역량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앞으로 재편될 글로벌 공급망에 당당히 합류할 수 있다. 새롭게 주어질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기술안보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두 가지 원칙을 강조하고 싶다. 첫째, 촘촘한 기술보호망 구축이 기술경쟁력 유지의 핵심 축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무형의 기술은 일단 유출되고 나면 물리적 방법으로 회수될 가능성이 극히 제한적이다. 한순간에 수년간 쌓아온 기술 격차를 무너뜨릴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가 간 협력은 불가피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기술 유출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외국 자본의 인수합병(M&A)에 의한 기술이전, 공동 연구개발 과정 등에서 인력을 통한 유출 등 소위 무형적 기술 유출 우려에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둘째, 국제평화를 위한 전략물자 수출통제는 우리 기업이 협력 파트너로서 인정받기 위한 안전장치라는 점이다. 국제사회는 산업 용도와 무기 용도로 모두 사용 가능한 물품과 기술의 국가 간 이동을 통제하고 있다. 기업의 자발적인 수출관리 노력이 뒷받침돼야만 국제사회의 의무를 지키면서 우리 기술도 보호할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첨단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총성 없는 싸움이 앞으로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안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센 파도를 대비하는 방파제다. 기술안보로 우리가 일궈온 기술경쟁력이 온전히 유지되고 밝게 빛나기를 기대해 본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