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시민들이 진단 검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 앞에서 줄지어 서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수도권 곳곳에서 인도발 ‘델타 변이’ 집단 감염 사례가 나온 데 이어 14, 15일 연속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600명대로 가장 많았다. 방역당국도 이런 추세면 8월에 신규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4차 대유행이 현실이 된 상황에서, 정부는 여전히 기존의 K방역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역학조사-진단검사-치료센터의 3대 축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확진자의 모든 밀접 접촉자를 분류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게 하는 지금의 역학조사 방식은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방역 목표를 집단면역을 통한 종식이 아니라 백신 접종률을 높여 사망 및 입원을 감소시키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는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이 이뤄지면서 치명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치명률과 위중증률이 높은 60세 이상 고령층의 백신 접종률이 증가하면서 확진자 발생률이 7월 첫째 주(10만 명당 3.5명)에는 백신 접종 전인 12월 마지막 주(10만 명당 16.1명)에 비해 4분의 1로 줄었다. 60세 이상 치명률도 지난해 12월 8.48%에서 올해 4월 2.33%, 6월 1.10%로 감소 중이다.
다행인 것은 백신 접종의 효과로 인해 아직까지 국내 사망자 수는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성인 인구의 66%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영국에서도 델타 변이가 다시 유행 중이지만, 입원 및 사망자는 늘지 않았다. 영국의 최근 1주(7월 7∼10일) 평균 일일 신규 확진자는 3만504명에 달했지만, 신규 입원자는 542명, 사망자는 27명이었다. 봉쇄가 한창이던 올해 초 사망자가 1800명에 육박하던 상황에 비하면 98% 감소했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많이 접종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2회 접종 시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입원할 확률은 92% 감소했고, 사망 예방 효과는 100%에 달한다. 화이자 백신의 입원 예방 효과는 96%로 아스트라제네카와 비슷한 수준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원활한 백신 물량 확보가 중요하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재유행 상황을 고려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내년을 위한 백신 추가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3년까지 18억 회분의 백신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부스터샷(추가 접종)’ 필요성에 대비한 것이다.
캐나다는 2024년까지 최대 1억8500만 회분의 백신을 구매했고, 백신 접종률 세계 1위인 이스라엘 역시 내년에 추가 접종을 위해 필요한 백신 재고를 확보했다. 우리도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장기화하고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메신저 리보핵산(mRNA) 등 다양한 제조방식의 백신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추가로 바이러스의 토착화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변이 바이러스 예방 효과와 안정적 공급 여부 외에도 돌파 감염률, 이상반응 여부, 가격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거시적 백신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공격이 거세지는 지금 눈앞에 닥친 코로나19와의 2라운드를 대비한 중장기적 전략을 하루빨리 고민해야 할 때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