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모진 더위 힘들어해도 나는 긴 여름날이 좋기만 하네.
훈풍이 남쪽에서 불어와 전각엔 시원한 바람 산들거리지.
한번 거처를 옮기고 나면 오래도록 남들의 고락은 잊어버리기 마련.
(人皆苦炎熱, 我愛夏日長. 薰風自南來, 殿閣生微凉. 一爲居所移, 苦樂永相忘. 願言均此施, 淸陰分四方.)
- ‘유공권의 시구에 장난삼아 덧붙이다’(희족유공권연구·戱足柳公權聯句)·소식(蘇軾·1037~1101)
인개고염열, 아애하일장. 훈풍자남래, 전각생미량. 일위거소이, 고락영상망. 원언균
차시, 청음분사방.
후일 소동파로 알려진 소식이 이 시에 한마디 거들었다. 유공권이 문종과 함께 완성한 시는 그저 아름답기만 할 뿐 교훈적 메시지가 담기지 않아 아쉽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마지막 4구를 보충했다. 사람들은 처지나 지위가 달라지면 지난날의 고락(苦樂)을 쉬 망각하거나 남들의 입장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동파는 군신(君臣)이 누리는 시원한 바람, 그 혜택을 온 세상 모두가 공유했으면 하는 희망을 설파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하자는 목민관으로서의 배려심이라 하겠다. 한편 동파의 이 4구가 군더더기라는 비판도 있다. 동파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억지로 덧붙인 탓에 원시(原詩)의 한적한 맛이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