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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경기땐 책보고 잠자죠”… NC선수들 동영상에 ‘팬심 부글’

입력 | 2021-07-16 03:00:00

새벽까지 ‘6시간 술자리’ 드러나



6일 프로야구 NC의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속에서 ‘원정 숙소에 도착한 뒤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외야수 이명기(왼쪽)가 “힘들어서 뭘 할 수가 없다. 자야 한다”고 답하고 있다. 이명기와 함께 5일 밤부터 6일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졌던 내야수 박민우(오른쪽)는 책을 들어보이며 “책을 읽는다”고 답했고, 같은 자리에 있었던 외야수 권희동도 “잘 것이다. (오후) 10시에 도착한다는데…”라고 말했다. NC 유튜브 영상 캡처


프로야구 NC 선수 4명이 두산과의 경기를 위해 방문한 원정 숙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해 가며 여성들과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서울 강남구에 따르면 NC 선수 4명과 외부인 여성 2명 등 6명은 NC 선수단 원정 숙소인 강남의 한 호텔에서 5일 오후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4시 21분까지 6시간 넘게 술자리를 했다. 수도권에선 코로나19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5명 이상의 사적 모임이 금지되고 있다.

술자리는 내야수 박석민(36)의 제안으로 마련됐다. 오후 10시경 후배인 이명기(34), 권희동(31), 박민우(28)에게 연락해 “치맥(치킨+맥주)을 하자”고 했고, 평소 박석민과 알고 지내던 여성 2명이 오후 11시 11분경 합석했다. 여성 중 한 명은 7일, 나머지 한 명도 8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9일 검사를 받은 NC 선수 4명 중 도쿄 올림픽 대표 선발로 화이자 백신 1, 2차 접종을 완료한 박민우를 제외한 3명도 모두 확진됐다.

1차 역학조사에서 선수들이 이 술자리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는 게 강남구의 주장이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동선이 누락되면서 처음에는 여성 2명과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다. 제보가 들어와 폐쇄회로(CC)TV로 출입자를 확인한 뒤 함께 술을 마셨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남구는 허위 진술을 한 선수 3명과 여성 2명을 감염병관리법 위반 혐의로 14일 경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박석민과 박민우는 이날 공개한 사과문을 통해 1차 역학조사 과정 중 모두 사실대로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프로야구 첫 중단 사태가 NC 선수들의 일탈로 촉발됐다는 사실에 파문이 커진 가운데 소속 선수들이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NC의 자체 제작 영상이 재조명을 받으며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NC는 6일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에 ‘우리 선수들은 원정 숙소에서 뭐해요?’라는 제목의 3분짜리 영상을 게시했다. 5일 두산과의 방문경기를 위해 원정 숙소로 향하는 NC 선수들에게 ‘숙소에 도착한 뒤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진 뒤 그 답변을 듣는 방식이었다.

박석민은 제작진의 질문에 “자야죠”라고 대답했다. 권희동도 “자야 한다. (오후) 10시에 도착한다는데…”라고 했다. 이명기는 “힘들어서 뭘 할 수가 없다. 코로나19도 있고”라며 개인 방역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일찌감치 백신을 접종한 덕분에 음성 판정을 받은 박민우의 답변은 더욱 팬들의 공분을 샀다. 그는 얼굴 가득 웃음을 띤 채 책 한 권을 들어 보이며 “나는 책을 본다”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 한국 야구 국가대표에 선발됐던 박민우는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과 손가락 부상 등을 이유로 14일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해당 영상은 15일 오후 8시 현재 조회수 4만3000회를 넘어섰다. 게시물에는 “인터뷰 때 말을 저렇게 하고 외부인과 술을 먹다니 대단하다” “NC는 술자리에 있던 선수 4명을 방출하라” “NC 선수들 실망이다” 등 1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동으로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15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NC 선수 4명의 방역지침 위반과 관련한 상벌위원회를 16일 열기로 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