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남극 온실’ 프로젝트 우주식량 기술 한계 실험
독일 항공우주센터(DLR)가 남극 엑스트롬 빙붕에 설치한 ‘남극 온실’ 컨테이너. DLR 제공
2017년 10월 남극의 엑스트롬 빙붕에 설치된 독일 노이마이어 과학기지에 컨테이너 2개가 도착했다. 컨테이너에는 오이나 상추, 토마토, 무 등 일상에서 섭취하는 채소를 재배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식물이 뿌리를 내리는 데 필요한 흙도, 광합성에 필요한 태양빛도 없었다. 독일 항공우주센터(DLR) 연구진이 ‘남극 온실’로 부르는 이 컨테이너에서는 첫해에만 약 272kg의 채소가 수확됐다.
DLR가 남극 온실을 만든 이유는 우주에서 우주비행사가 채소를 직접 재배해 먹을 수 있을지를 우주와 유사한 극한 환경에서 실험하기 위해서다. 달에 우주인을 보낸 뒤 유인 화성 탐사를 목표로 한 ‘아르테미스’를 추진 중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DLR의 남극 온실에서 재배된 채소 품종의 영양분과 생육 상태 등을 테스트하기 위해 연구원을 파견했다. 올해 4년째를 맞는 ‘남극 온실’ 프로젝트는 가까운 미래 인류의 유인 우주탐사를 지원하기 위한 기술 업그레이드를 진행 중이다. 우주인의 별도 작업이 필요 없는, 지구에서 원격으로 운용 가능한 기술 개발이 최종 목표다.
○지구에서 제어하는 우주인 식량 공장
DLR의 남극 온실에서 재배되는 식물의 뿌리는 공중에 매달려 있다. 자동으로 원격 조절되는 노즐을 통해 영양분이 포함된 양액을 수 초마다 분무 방식으로 뿌린다. 양액은 수개월에 한 번씩 폐기하고 교체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재활용된다. 광합성에 필요한 광원은 자동으로 프로그래밍된 발광다이오드(LED)를 활용한다. 전체 시스템은 독일 현지 DLR 연구소와 연결된다.
DLR 연구진은 최근 미국 플로리다대 우주식물연구소, NASA의 연구진과 함께 무인 자율 시스템으로 운용되는 남극 온실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남극 온실의 이미지를 촬영하고 스트레스 환경에 따라 식물의 모양이 어떻게 변하는지 자동으로 인식하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다.
다니엘 슈베르트 DLR 연구원은 “물이 부족한 식물은 흡수하고 반사하는 빛의 색상이 인간의 눈으로는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묘하게 바뀐다”며 “현재 개발한 AI 소프트웨어를 통해 물 부족 스트레스를 겪는 식물을 1시간 만에 발견할 수 있도록 기술력을 높였다”고 말했다.
DLR 연구진은 무인 자율 온실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인공지능으로 작동하는 로봇 팔을 개발하고 있다. 이 로봇 팔은 썩은 잎을 잘라 내거나 작물을 수확할 수 있다. DLR 제공
○흙·태양광 없는 우주 식물 재배… 진격의 ‘스타트업’
NASA는 1980년대부터 지구 환경이 아닌 극한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기술 개발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태양광을 대체하는 특정 조합의 LED 광원 기술, 밀이나 감자 또는 대두의 뿌리를 양액에 담가 재배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이 같은 우주 탐사를 위한 기술 청사진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비즈니스도 창출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뉴욕 소재 신생 기업인 ‘바워리 파밍’은 업계 최대 규모인 3억 달러(약 3400억원)의 투자 유치를 발표했다. 이 회사의 가치는 23억 달러(약 2조6400억 원)에 달한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동생 킴벌 머스크도 2015년 ‘스퀘어 루츠’를 창업했다.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소재 에어로팜스(AeroFarms)는 4월 버지니아주에서 13만6000m² 규모의 실내 농장 구축에 착수했다. 2022년 문을 여는 이 농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