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의 역설… 알바도 구하기 힘든 청년들 저임금 일자리부터 사라져… 20대 근로자 가장 큰 타격 최저임금미만 급여도 감수
부산에 사는 이모 씨(26·여)는 5월부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평일에는 취업을 위해 공부하고 주말 이틀간 일한다.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다. 그렇게 토, 일요일 이틀을 밤새워 손에 쥐는 돈이 월 60만 원. 시간당 750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8720원)보다 정확히 1220원 적다.
2년 전에도 이 씨는 편의점에서 일한 적이 있다. 당시엔 최저임금(시간당 8350원)에 맞춰 급여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최저임금 주는 ‘알바 자리’ 찾기가 너무 힘들어졌다. 지금 받는 것보다 적은 ‘시급 7000원’짜리 아르바이트도 경쟁이 치열해 여러 차례 면접에서 탈락했다. 이 씨는 “그나마 경력이 있어 딴 알바생보다 500원을 더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을 늘려주는 게 목적이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정책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오히려 저임금 일자리를 줄어들게 했다. 그로 인한 타격은 고용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20대 근로자를 향했다.
최저임금이 많이 오르면 영세 사업주는 저임금 근로자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 대부분 아르바이트 등 이른바 ‘취약 일자리’다. 반면 정규직 취업이 어려운 20대 청년들은 갈수록 취약 일자리에 몰리고 있다. 결국 줄어든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도 감수하고 일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정규직 취업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1년째 취업을 준비 중인 박모 씨(23)는 “3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이력서를 돌렸지만 연락 오는 곳이 한 곳도 없다”며 “가게마다 키오스크만 늘어나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청년들, 최저임금 인상에 되레 일자리 걱정… “알바 잘리면 어쩌나”
대전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 씨(21)는 2022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9160원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처음엔 월급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곧 근무시간이 줄어들거나 일이 없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 김 씨는 “사장님이 나오지 말라고 할까 봐 걱정”이라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본 친구들 중엔 ‘최저임금 안 오르는 게 낫다’고 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만큼 ‘알바 구하기’가 어려워진 걸 알기 때문이다.
○ 최저임금 못 받는 청년들
○ 인건비라도 줄이려는 자영업자
20대 청년이었던 3명의 아르바이트생은 최 씨가 가게를 열기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최 씨는 “나오지 말라고 입을 떼는 게 정말 힘들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최 씨는 이제 아르바이트생 없이 혼자 일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직원이나 아르바이트를 사용하는 자영업자는 128만 명이었다. 이는 6월 기준으로 1990년(118만6000명) 이후 31년 만에 가장 적다. 그만큼 혼자 일하는 ‘나 홀로 사장’이 늘었다는 뜻이다.
○ 경제 여건으로 최저임금 결정해야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결정이 ‘1만 원 달성’ 등 정치논리 대신 노동 공급과 경제 상황에 맞춰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3년 동안 최저임금위원회를 이끈 박준식 위원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뒤 “앞으로는 경제와 노동시장 여건에 맞게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계에선 정부가 매년 최저임금 적정 인상 폭을 결정하거나, 지역별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결정하는 방안 등을 주장하고 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