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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가 층간소음 만능해결사? 쿵쿵 뛰면 답 없어요

입력 | 2021-07-16 11:39:00

[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사례 <5> 전문가 “소음원 등에 맞춤설치 필요”




아래 위층 층간소음은 말이 좋아 대화이지, 당사자간 대화로 잘 풀리지 않는 주제입니다. 이럴 때는 가벼운 보복 행동이 답이 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좋은 것은 대화이고, 대화에 따른 해결입니다. 아이들, 어른이 걸을 때, 문 열고 닫을 때, 의자를 끌 때 조심시킨다고 하지만 그것은 상호 대화에 따른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나은 실천 행동 가운데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층간소음 방지용 매트 설치입니다. 일단 성의가 고맙지요.

그러면 매트가 층간소음 해결의 만능열쇠일까요.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어디에, 무엇을 까느냐도 중요하고, 깔기 전에 아래 위층이 의견을 조정하는 것도 설치하는 사실만큼 중요합니다.

※ 아래 내용은 독자가 보내온 메일의 전문입니다. 일부 내용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생략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앞으로도 층간 소음과 관련해 독자 여러분의 경험과 원만한 해법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안녕하세요.

층간소음으로 고통 받고 있는 아래층 세대입니다.

윗집은 본인들 말로는 비싸고 두꺼운 매트를 시공했다고 합니다. ‘층간소음 배려세대’ 라는 스티커를 우편함에 붙여 두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설치한 뒤 더 맘껏 아이들을 뛰게 두는 것 같습니다.

매트를 깔고 층간소음이 사라졌으면 매우 다행스럽겠지만, 불행하게도 저희는 여전히 층간소음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일 일까요?

매트 판매업체 홈페이지에 가 보았더니 Q&A란에 “60% 감소효과가 있다 (경량충격음 기준)” 이라고 작게 써 있었습니다.

도대체 몇 킬로 기준으로 어떤 테스트를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윗집 아이가 뛰는데 속수무책인걸 보면 역시 매트는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닐까요? 매트 깔았다고 안심하고 뛰어서 더 소음이 심한걸까요?

매트를 깔았다고 할 도리를 다 했다고 하는 가해자 태도에 아랫세대는 이중고를 겪습니다. 분명 소음은 달라진 게 없는데 말이죠. 아니, 매트 깔고 빈도나 강도가 더 심해졌습니다.

맘카페 같은 곳이나 광고를 봐도 매트는 층간소음 만능 해결사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광고나 인식이 층간소음 피해세대를 두 번 죽입니다.

매트를 깔면 발망치라 불리는 소음은 조금 경감 시켜주는 듯도 합니다. 하지만 뛰는 소리에는 답도 없습니다. 공동주택에서는 뛰면 안됩니다.

우리아이는 어디서 뛰어야 하냐, 우리아이 기 죽이기 싫다, 내 집에서 내 맘대로 못뛰느냐 하는 분은 공동주택에 살면 안됩니다. 매트를 깔아도 소용 없다는 점 꼭 기사화 해주세요.

매트 깔았다고 당당하게 층간소음 내는 사람들이 사라지게 꼭 부탁드립니다.

매트 설치 자체가 만능해결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하소연입니다.

인터넷 쇼핑몰에는 다양한 층간소음 방지용 매트들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가격도 다양합니다. 설치해준다 시공업체까지 끼워 파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이 셀프설치입니다.

하지만 실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설치 전에 반드시 해야할 것들이 있습니다. 과거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2019년 인천 한 아파트에 있었던 사례입니다.

위층인 12층에는 할머니, 부부, 4살 된 딸과 8살된 아들이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고통을 하소연하는 아래층 11층에는 작가인 여자가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11층 작가는 주로 오전 10시에서 오후 7시 정도까지 자기도 하고 쉬기도 하고, 본격적인 작업은 늦은 밤에서 새벽에 하는 생활패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윗집은 오전에는 4살 된 아이의 뛰는 소음이 발생하고, 오후 4~5시 정도가 되면 남자 아이가 학교와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와 이때부터 오빠와 동생과 같이 뛰는 소음이 시작됐습니다. 부모는 맞벌이 부부여서 아이들의 통제는 할머니가 담당했습니다.

아랫집 작가는 자는 시간, 쉬는 시간에 쿵쿵거리는 층간소음을 견디기 어려워 3개월 후 항의를 했습니다. 윗집 할머니는 “아이들이 뛸수도 있지, 그것도 못 참는냐”며 오히려 핀잔을 주었습니다.

윗집 부모에게 항의를 했고, 이때부터 잠시 아이들의 뛰는 소음은 줄었지만 다시 아이들이 발걸음 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문제를 제기하자 아이들의 부모들은 소음을 줄여 주기 위해 거실에 매트를 깔았지만, 고마운 일이지만 소음은 거의 줄어들지 않아 고통은 여전했습니다.

위층도 “아이들 주의도 주고, 매트도 깔고,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답답해 했습니다.

아래층 작가는 아래층의 성의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음을 파악하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전문가가 현장에 도착해 사정을 파악했습니다.

물론 목표는 아이들 발걸음 소리를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아래 위층과 합의하에 실험을 했습니다. 30분 동안 10차례 이상의 실험을 거친 결과, 거실에서 아이들이 걸을 때 아래층의 전화가 7차례 전화가 왔으며, 특히 거실 중 TV가 설치된 인근을 다닐 때 집중적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이 실험을 근거로 거실 중앙에 설치된 매트를 TV가 설치된 인근으로 다시 옮겼습니다. 그러고 나니 아랫집은 평상시보다 소음이 많이 줄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래층 작가도 크게 만족했습니다. 윗층 부부와 아이들도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매트를 설치하더라고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 정확한 위치를 살펴본 후에, 소음원이 가장 심각한 부위에 설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트를 설치만 한다고 효과를 보지 못하는 원인 중의 하나임을 알아야합니다. 그리고 사정에 따라 어느 정도의 매트를 깔지 전문가의도움을 받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실질적인 효과면이나 비용측면에서 좋은 방법이 될 수있습니다.

※사례 분석 및 도움말=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소장(현 중앙 공통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 위원. 서울시 층간소음갈등해결지원단 위원. 저서 ‘당신은 아파트에 살면 안된다’ ‘층간소음 예방 문화 프로젝트’ 등)



김광현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