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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 맨손 제압 파이터’ 정원희, 알고보니 100일 아들 둔 아빠

입력 | 2021-07-16 14:16:00


지난 10일 오후 대구 동구 율하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들개의 공격을 맨손으로 제압한 킹덤주짓수 복현 소속 로드(ROAD) FC 프로 파이터 정원희 선수가 16일 가진 뉴스1과 인터뷰에서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개인사정과 코로나19 여파로 선수생활을 잠시 중단하고 휴식기를 갖는 그는 지난 3월 귀한 첫아들을 얻어 아빠가 됐다. 2021.7.16/뉴스1 © News1

“아악!”

한적한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 체육공원에서 여성의 울부짖음 섞인 비명이 들려온 것은 지난 10일 오후 9시 40분쯤.

같은 시각, 인근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나온 친구를 만난 이종격투기 선수 정원희(29)씨는 장난 삼아 친구의 헬멧을 자신의 머리에 쓰고 있었다.

그 순간 바로 옆 아파트 쪽에서 들려오는 비명을 듣고 치한의 공격으로 판단한 그는 본능적으로 몸을 날렸다.

가로등과 벤치가 있는 아파트 단지 내 공원에는 어디선가 나타난 성인 몸집 크기의 들개 한 마리가 주민과 함께 산책 나온 작은 강아지를 공격하고 있었고, 여성인 강아지 주인과 옆에 있던 몇몇 주민은 겁에 질려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채 쩔쩔 매고 있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정원희 선수는 주저 없이 달려들어 들개를 제압하고 여성을 피신시켰다.

아파트 단지에 나타나 강아지를 공격한 들개를 제압하고 주민을 피신시킨 사람이 프로 격투기 선수라는 사실이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며 그 선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19년 9월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굽네몰 로드FC 055’ 플라이급 매치에 출전한 정원희가 에밀 아바소프(러시아)를 공격하고 있다. 정원희가 1라운드 4분06초만에 파운딩으로 TKO승. (뉴스1 DB) © News1

16일 오전 사고현장에서 만난 킹덤주짓수 복현 소속 로드(ROAD)FC 프로 파이터 정원희 선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수줍게 웃었다.

그는 먼저 “들개에게 공격받은 강아지가 결국 안락사로 생을 마감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당시를 회상하던 그는 “두려움이나 망설임 없이 일단 살리고 보자는 생각으로 몸이 먼저 반응했다”며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나 위급한 상황을 보면 피하지 못하는 습관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난해 두 차례 연기 끝에 결혼식을 올린 뒤 지난 3월 첫아들을 얻었다.

생후 100일이 지난 아들을 생각하면 몸을 사려도 시원찮을 판인데 그는 “아들이 커서 맹견에게 공격을 당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죠. 저라도 나서서 도와야 나중에 이웃들이 서로 돕는 세상이 오겠죠”라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결혼과 출산 등 개인 사정으로 2년째 휴식기를 갖고 있지만 그는 주짓수와 복싱, 무에타이로 무장한 통산 전적 5승 5패의 프로 파이터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선수생활 복귀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 맞닥뜨리자 그는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체육관 트레이너를 비롯해 택배 등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3형제 중 첫째인 그는 “아버지께서 평소 강자에게 더 강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때문인지 형제 모두 운동선수로 자랐다”며 “가족 모두 곤경에 처한 이웃을 외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이 빨리 좋아져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경제적 어려움 없이 최고의 기량으로 멋진 경기를 선보이는 프로 파이터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대구=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