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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국경 없는 글로벌 디지털 경제…국내외 기업 모두에 공정하고 비차별적이어야”

입력 | 2021-07-16 14:43:00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 찬반 릴레이 기고①



로버트 홀리먼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구글이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장터에서 자사 결제시스템만 이용하도록 하는 조치를 추진하자 국회가 이를 금지하는 이른바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인앱결제 의무화가 구글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창작자와 소비자에게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거래 플랫폼의 보안을 지키고 각종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정당한 대가라는 의견도 맞선다. 올바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찬반 양측의 의견을 연속으로 소개한다.》

전쟁의 참화를 거쳐 맺어진 한미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협력 관계 중 하나다. 민주주의 개방성, 그리고, 공동 번영의 원칙에 입각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뜻을 같이하는 동반자 국가가 함께 노력할 때 무엇이 가능한지 잘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다.

지난 5월 21일에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양국간 폭넓은 협력 관계를 여실히 보여준 자리였다. 한미자유무역협정(KORUS)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부터 주요 기술 및 혁신 기술에 대한 협력에 이르기까지 양국 공동의 이니셔티브가 시작됐으며, 동시에 양국 관계의 근간을 재확인했다. 무역과 투자 측면을 예로 들면, 한국과 미국은 서로에 가장 큰 무역 및 투자 파트너로, 특히 한미자유무역협정과 같은 양국의 긴밀한 경제적 유대가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제 과제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긍정적인 모멘텀을 이어가 파트너십을 발전시키고 강화해가는 것이다. 이는 특히 한국과 미국 양국의 기업들이 글로벌 리더로 활약하고 있는 분야에서 더욱 필요할 것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 가운데에서도 기술 및 디지털 산업은 양국 정부에 공공정책과 관련해 흥미로운 기회와 과제를 부여하는 대표적인 분야다.

필자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부대표를 역임할 당시, 아시아 지역 국가들과의 무역 및 투자 관계를 총괄하는 것이 핵심 업무였다. 날로 성장하고 있는 한미 간 무역 및 투자 협력을 더욱 더 강화하고 육성하는 역할도 포함돼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부 상황이 한미간 긍정적인 관계에 불필요한 마찰을 더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성공적인 정상회담의 모멘텀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가 된다.

한국 국회에서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대표적인 예다. 이 법안은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을 통해 앱 마켓이 모바일 콘텐츠 제공자에게 ‘특정 결제 수단의 사용을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규정한다.

이 법안은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에게 앱을 판매하고자 하는 수많은 회사에 합리적인 서비스 요금을 부과하고, 청구 조건을 설정하는 앱 마켓 사업자의 일반적인 비즈니스 관행을 다루고 있다.

한국의 앱 사용자들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기기로 한국 인터넷 기업이 만든 앱을 포함해 신뢰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을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하니 겉보기에는 훌륭하고 좋아보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서비스 수수료’와 ‘결제 시스템’이 애플 앱 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 앱 마켓에서 사용자가 기대하는 원활한 사용자 경험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실제로 지속적인 보안 업데이트, 개발자를 위한 도구 및 교육 리소스 지원, 고객 지원 등 앱 마켓이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의 수혜자는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이용자 및 개발사 뿐 아니라 한국 기업들도 포함된다.

한편 최근 애플과 구글 모두 앱 마켓에서 중소기업과 개발자를 위해 수수료를 인하한 바 있다. 현재 구글플레이 생태계에서는 97%의 개발자가 무료로 플랫폼을 사용하며, 수수료를 지불하는 개발자 중 99%는 15%의 수수료만을 지불하고 있다. 게다가 실제로 판매가 일어나기 전까지 개발자들은 무료로 앱 마켓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진입 비용을 낮추고 더 많은 개발자가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 국회의 법안은 한국 국민들이 받아들이고 신뢰하는 글로벌 기술 기업을 비롯해 외국 자본이 선호하는 투자 대상으로서 한국의 국가 위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이 세계 최고의 혁신 및 기술 시장으로 부상하게 된 데에는 모든 기업에 ‘내국민 대우(national treatment)’를 하는 등 한국이 여러 무역 파트너들을 대상으로 쌓아온 신뢰가 크게 작용했다. 다시 말해 국내외 기업의 투자와 성장을 위해 동일한 경쟁 조건을 보장한 것이 중요한 요소였다.

해당 법안은 분명하게 미국 기업을 겨냥해 영향을 주고자 입안된 것으로 보이고, 그렇기 때문에 한미자유무역협정의 조항과 충돌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이미 2021년 국가무역평가보고서(National Trade Estimate Report)에서 한국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특히 미국 사업자를 겨냥하고, 한국의 콘텐츠 개발자들이 글로벌 사용자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해준 미국의 표준 비즈니스 모델에 위협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올바른 경쟁 정책은 전 세계 시장에서 강력한 디지털 경제를 수립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다. 반독점에 대한 검토는 혁신을 지원하고,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촉진하며, 차세대 디지털 유니콘이 혁신적인 신기술로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안전한 토양이 되어 주기도 한다. 지난주 워싱턴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경제의 경쟁 촉진’ 행정명령을 발표, 광범위한 산업에 걸쳐 개혁을 촉진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비용을 낮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밝힌바 있다.

동시에, 국경이 없는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특성상 국내 정책이라 하더라도 국가간 디지털 무역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디지털 경제에서 경쟁과 선택권을 촉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법안을 발의할 때 국내외 기업 모두에 공정하고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처리를 숙고하고 있는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공개적인 협의에 적극 참여하고 이해관계자들의 견해를 고려하면서 한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혹시라도 어떤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을지 실질적인 근거를 보다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을 제안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오는 8월 말 발표 예정인 앱 마켓 결제 시스템 모델에 대한 연구 결과를 참조, 법제화 당위성 여부를 살펴보는 것도 신중한 접근법이 될 수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여러 지정학적, 안보 과제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한미 양국은 힘을 모아 잠재적인 양국간 불안 요소를 원만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은 모두 혁신에 기반을 둔 국가로서 현재의 당면 과제를 적극 해결하고 내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완전하고 투명한 협의와 무역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국내에서도, 그리고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테두리 안에서도 장기적인 이익을 창출함으로써 적절한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로버트 홀리먼 전 USTR 부대표는 미국 워싱턴DC 소재의 글로벌 공공정책 자문 회사인 ‘크로웰 앤드 모링인터내셔널(Crowell & Moring International)’의 대표 겸 CEO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바 있다.


로버트 홀리먼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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