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제헌절을 맞아 광주를 방문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제헌절을 맞아 ‘헌법 수호 의지’를 강조하면서 보수층의 지지를 다지는 한편 호남 민심을 공략해 중도 확장 기조를 이어가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제헌절 광주 방문 일정을 공개하며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을 피로써 지킨 열사들에 대한 참배로 제헌절의 헌법수호 메시지를 대신하겠다”고 16일 밝혔다. 그러면서 “(메시지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라고도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제헌절에 별다른 일정 없이 메시지만 공개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겨낭한 것 아니냔 해석도 나왔다.
윤 전 총장은 17일 국립5·18민주묘지 참배, 유가족 간담회, 인공지능 사관학교 방문, 구 도청 본관 앞 참배 등을 한 뒤 충장로에서 광주 시민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등 오후 늦게까지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윤석열 캠프도 이날 “5·18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을 피로써 지켜낸 헌법 수호 항거”라며 “5·18의 정신을 이어받아 자유민주주의 헌법 가치로 국민 통합과 미래의 번영을 이뤄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영환 전 의원도 이날 윤석열 캠프에 합류하는 등 캠프 규모도 확대되는 추세다. 김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이 허허벌판에 홀로 서 있다. 그에게 독화살이 날아들고 있다. 지금은 윤석열을 지키는 것이 개혁”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중진급 인사가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것은 김 전 의원이 처음이다. 김 전 의원은 2018년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했을 때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여배우 스캔들’ 의혹을 제기하는 등 ‘이재명 저격수’로 주목받았다.
다만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반문(반문재인)’과 안보 행보로 보수층의 지지를 확실히 다졌지만, 경제나 일자리 문제 등에 관한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중도층의 지지를 더 얻을 수 있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16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내가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그쪽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되는데, 전혀 하질 못했다. 그동안 시간을 많이 소비를 해버렸다”고 지적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