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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이낙연, 호미로 농사지어도 성과 있어야”… 與 난타전 격화

입력 | 2021-07-16 18:32:00


아직 공식적인 전장(戰場)은 마련되지 않았지만,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장외 난타전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TV토론회를 취소하는 등 후속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6명의 주자들은 연일 날선 발언으로 경쟁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예비경선이 ‘이재명 대 반(反) 이재명’ 구도였지만, 본경선은 6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대혼전 양상”이라고 말했다.


● 이재명 “‘적통’은 왕세자 정할 때 하는 이야기”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4일 서울 양천구 CBS사옥을 방문,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에 출연해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예비경선에서 다른 후보들의 집중 포화를 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6일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예비 경선을 “손발 묶임 권투”라 표현했던 이 지사는 이날 “지금까지는 네거티브를 넘어선 마타도어에 대해서도 반격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권투하는 데 발로 차는 건 반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지사는 이날 간담회에서부터 다른 주자들을 번갈아가며 조준했다. 이 지사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민주당 적통’ 발언에 대해 “적통은 왕세자 정할 때 나온 얘기로 현대 민주주의에 맞지 않는다”고 응수했다. 이어 “민주당 당원은 누구든 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자격이 있다. 국민주권주의와 당원 중심 정당 취지에서 벗어나는 말씀들은 안하시면 좋겠다”고 했다. 이 지사는 정 전 총리가 음주운전 이력을 문제삼은 것에 대해서는 “20년 전쯤 공직자가 아닐 때 음주운전을 한 건 팩트이고 100% 잘못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 지사는 자신을 추격하고 있는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서는 “호미를 들고 농사를 지어도 성과가 있어야지 폼 나게 트랙터를 가지고 해도 결과물이 없다면 머슴으로 쓰기에는 부적당하다”고 했다.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로서의 공약 이행률을 앞세워 “이 전 대표가 총리 시절 어떤 성과가 있느냐”는 우회 압박이다.

그는 최근 지지율 변동에 대해서는 “깊이 신경을 안쓰려고 한다. ‘진인사대천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잘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길 것”이라고 했다. 전날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관련해 ‘날치기’ 필요성을 주장했던 이 지사는 “표현이 거북할 수 있지만 사안에 따라 민생 관련 시급한 건 강행처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라며 “품격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했다.


● 전선 확장 나선 후보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7일 경기 파주시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대선 주자 정책언팩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간 이 지사를 정조준 해왔던 다른 후보들은 이 전 대표까지 전선을 넓히는 양상이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지지율이) 주저앉았다가 반등하는 이 전 대표가 그 정도 오르는 것 가지고도 지금 엄청 좋아하더라”라고 했다. 그는 또 “여론조사에서 (본인 포함) 3, 4, 5위 후보가 엉켜있는데 정책과 미래 비전이 눈에 띄는 분이 없다”며 “비판만 하는 분도 있고, 규모에 비해 생산성을 제대로 내고 있지 못한 후보도 있다”며 다른 후보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김두관 의원은 이 전 대표 견제에 들어갔다. 앞서 이 전 대표를 ‘0점 대표’라 했던 추 전 장관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도 “당 대표로서 개혁을 뒷받침하는 ‘똘똘한 법’ 하나가 참 아쉬웠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 전 대표는) 한국 민주화와 궤를 같이한 민주당의 험난한 역사를 비춰봤을 때 험난한 들판에서 성장하고 발전해온 분이 아니다”라고세했다.

공격 노출 빈도가 크게 늘어난 이 전 대표 측은 본경선 TV토론을 최대한 빨리 성사시켜 공세를 차단하고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이 전 대표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광온 의원은 이날 이상민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을 만나 “경선에 역동성을 더하고 관심을 증폭시켜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TV 토론이 전격 취소됐다”며 “당에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는 만큼 지도부와 상의해 조속히 재개하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