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고 전중윤 명예회장이 일본에서 라면 기술을 도입해 1963년 9월 15일 처음 내놓은 삼양라면은 한 봉지에 10원이었다. 담배 한 갑이 25원, 다방커피 한 잔이 35원 하던 시절이었다. 올해 한 대형마트에서 5개들이 ‘삼양라면 오리지널’ 기획상품이 2780원에 팔렸다. 봉지당 560원 정도로 58년간 56배가 됐다. 그사이 담뱃값이 180배, 커피값이 100배 이상 올랐으니 많이 올랐다고 볼 수는 없다. 역대 정부가 서민 식품인 라면을 물가관리 품목에 넣어 가격 상승을 억제한 결과다.
▷라면업계 2위 오뚜기가 다음 달부터 진라면, 스낵면 등의 가격을 평균 11.9% 올린다. 2008년 4월 이후 13년 4개월 만의 인상이다. 밀가루 국제 가격이 1년 전보다 30%, 면을 튀길 때 쓰는 팜유가 70% 이상 올라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그동안 임금, 물류비도 많이 올랐다. 2016년 12월 이후 값을 동결한 업계 1위 농심, 2017년 5월 이후 동결한 3위 삼양식품도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
▷작년 ‘집콕’, 재택근무에 힘입어 내수, 수출에서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둔 한국 라면업계는 올 들어 집 밖 활동이 늘면서 판매가 줄고 원재료값은 폭등해 고민에 빠졌다. 그렇다 해도 라면을 제일 많이 먹는 20대 청년 1인 가구, 홀몸노인의 호주머니 사정을 고려할 때 라면값 인상은 우울한 소식이다. 라면에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해 주는 계란값은 1년 전의 갑절이고, 대파값도 70% 오른 상태다. 한국인의 솔 푸드인 ‘파 송송 계란 탁’ 라면 한 그릇의 부담마저 커지고 있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