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세계, 향후 5년 미래담론 어디에 ‘바지’와 ‘쥴리’만 남는 선거 치를 건가
길진균 정치부장
2017년 5·9대선은 전형적인 심판 선거였다. ‘적폐청산’이라는 단어가 선거를 지배했다. 당시 문재인 캠프 핵심들에게 ‘과거 말고 미래비전을 담은 어젠다는 없느냐’고 물으면 의아하다는 표정과 마주하곤 했다. 답변은 간단했다. “있지 않느냐. 적폐청산을 통한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를 나라답게!” 어떻게 그렇게 뻔한 질문을 하느냐는 얼굴이었다.
정권 교체가 이뤄졌고, 공약대로 적폐청산은 문재인 정부 5년을 관통하는 핵심 이정표가 됐다. ‘미래’가 끼어들 틈은 없었다. 정권 출범 3년차에 접어든 지난해 7월 청와대는 비로소 ‘그린뉴딜’이라는 미래전략을 꺼내들었다. 5년 단임 대통령의 골든타임인 1, 2년을 흘려보낸 뒤였다.
대선 과정은 대한민국을 이끌 새 리더를 선택하는 숙고의 시간이자, 향후 5년간 우리가 선택해야 할 미래비전을 두고 각계각층의 담론과 국민적 총의를 모으는 공간이기도 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바람 속에서 치러진 4년 전 대선은 이 같은 공론의 장(場)으로서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얼마 전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UNCTAD가 1964년 설립된 이래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바뀐 나라는 한국뿐이다. 최근 통화한 한 전직 관료는 “다음 정부 5년은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대열에 안착할지, 그 문턱에서 다시 후퇴할지가 결정되는 중대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나라 밖은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은 더욱 가팔라지고 있고, 반도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백신을 비롯한 새로운 첨단산업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의 생존을 가름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내부적으론 2030, MZ세대가 사회 시스템의 전폭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5년 전과 달라야 한다. 각 당이 미래비전과 전략을 담은 메시지를 내놓고 여야가 겨루는 공론의 장으로서의 기능이 회복돼야 한다. 현 정부의 불합리하고 모순된 정책들에 대한 평가도 선택의 중요한 요소다. 다만 대부분은 대한민국이 수십 년 동안 축적해 온 민주주의와 법치라는 제도와 시스템을 정상화시킨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라 믿는다. ‘총선은 과거에 대한 평가, 대선은 미래에 대한 선택’이라고 한다. 혹자는 ‘총선은 연애, 대선은 결혼’이라고도 표현한다. 방점은 ‘미래’다. 다음 세대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대선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