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음, 때때로 소나기/비온뒤 지음/264쪽·1만1500원·문학수첩
“나는 꽤 자주 직업을 부끄러워하는 사람이다. … 남자친구에게 몇 달 동안 (직업을) 말하지 않은 적도 있다.”
자신의 직업을 꽁꽁 숨기고 싶어 하는 이 저자, 누굴까. 심지어 자신이 누군지 특정될까 봐 이름도 필명 ‘비온뒤’로 대체했으니….
그의 정체는 툭하면 ‘국민 욕받이’가 되는 기상청 예보관이다. “기상청 체육대회 날 비가 왔다더라.” 예보의 부정확성을 꼬집는 이 얘기는 누구나 아는 농담이다. 9년째 예보관으로 일하는 저자도 사실이라고 인정한다. 1994년 체육대회 때 비가 왔다고.
예보 정확도에 매달리며 사는 기상청 예보관의 희로애락 가득한 일상을 담았다. 온갖 비난에도 버티는 건 ‘문득 바라보는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서’라고 저자는 말한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