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착한 미술사/허나영 지음/388쪽·1만8500원·타인의사유 ◇미술관에 간 해부학자/이재호 지음/438쪽·2만 원·어바웃어북
미켈란젤로의 조각 ‘피에타’에서 예수의 오른쪽 팔을 살펴보면 잔근육과 실핏줄까지 생생히 표현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바웃어북 제공
홍익대에서 미술학 박사를 취득한 저자는 신간에서 공식 바깥에 존재하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그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인들은 신들 못지않게 실제 삶을 살다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한 묘비를 수없이 만들었다.
1870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고대인들의 무덤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이 중 형태가 온전하게 남아있는 기원전 410년경 제작된 ‘헤게소의 묘비’에는 주인 헤게소와 하녀가 실내에서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 조각돼 있다. 어머니가 아테네 시민이어야만 자식도 시민권을 인정받은 당시 상황을 반영하듯 헤게소는 자신의 가문을 드러내는 보석을 손에 들고 있다.
미술 작품을 비틀어 보는 방법에는 또 어떤 게 있을까. 신간 ‘미술관에 간 해부학자’ 저자는 의사만큼이나 해부학 공부에 몰두한 서양미술 대가들이 작품 속에 숨겨 놓은 인체해부도에 주목한다.
저자에 따르면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는 30구가 넘는 시체를 직접 해부하며 인체를 탐구했다. 그가 남긴 1800여 점의 해부도는 현대 해부학자들을 놀라게 할 정도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 역시 조각을 시작하기 전 시체를 해부하거나 나무로 모델을 만드는 등 철저한 사전연구를 진행했다. 미켈란젤로는 죽기 직전 완성된 작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스케치를 태워버렸다. 이에 따라 그가 해부학에 정통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그가 남긴 작품들은 그의 해박한 해부학 지식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미켈란젤로가 24세에 조각한 ‘피에타’에서 죽은 예수의 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몸 곳곳의 근육뿐 아니라 실핏줄까지 사실적으로 묘사했음을 알 수 있다.
휴가철 시원한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하며 피서하고 싶은 독자라면 두 책이 제안하는 ‘비틀어 보기’를 시도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