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 전 교수가 서울 중구 충무로 남산스퀘어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에서 암컬 운동을 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김경래 전 연세대 미래캠퍼스 인문예술대학 교수(65) 이야기다.
“골프 전문가이기 때문에 겨울이면 꼭 따뜻한 나라로 가서 골프를 쳤어요. 추우면 엘보가 와 국내에서는 못 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겨울에는 코로나 19탓에 해외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평생 버킷리스트로 간직했던 근육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김경래 전 교수가 서울 중구 충무로 남산스퀘어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김 전 교수는 이왕 하는 김에 제대로 배우기 위해 전문가를 찾았다. 경기도 용인 메카헬스짐 박용인 관장(59)이 눈에 들어왔다. ‘양종구 기자의 100세 건강’에 소개됐고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임종소 씨(77)와 권영채 씨(66)를 지도하고 있는 인물이다. 박 관장은 보디빌딩 국가대표 출신으로 PT계에서 잘 나가는 지도자다. 김 전 교수는 지난해 12월 말 박 관장을 찾아가 개인 PT(퍼스널 트레이닝)를 받기 시작했다. 주 2회 1시간씩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김경래 전 교수가 서울 중구 충무로 남산스퀘어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에서 숄더프레스를 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박 관장은 “교수님의 체형이 너무 좋아 조금만 근육을 만들면 바로 입상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대회 출전 같은 목표가 있어야 동기부여가 돼 열심히 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래 전 교수가 6월 27일 열린 월드 내추럴 챔피언십 시그니처(WNC) 보디피트니스대회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김경래 전 교수 제공.
김경래 전 교수(왼쪽)의 댄스스포츠 현역 선수시절 모습. 오른쪽 커플이 한국 댄스스포츠의 스타 박지은-지우 남매다.
김 전 교수는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입시 당시 인기 있었던 기계공학과(인하대)에 들어갔지만 적성이 맞지 않아 군대를 마치고 연세대 체육학과에 다시 들어갔다. 어릴 때부터 태권도를 했기 때문에 체육과에는 잘 적응했다.
체육인으로서도 특이함을 추구했다. 미국 유학 때 골프와 댄스스포츠를 접한 뒤 ‘향후 우리나라에도 꼭 필요한 스포츠’라고 생각해 골프 레슨 프로 및 PGA 투어 프로 자격증을 획득했고, 볼룸댄스(현 댄스스포츠) 지도자 및 심판 자격증까지 땄다.
김경래 전 교수가 미국 유학시절 퍼듀대 내에 태권도 지도관 클럽을 만들어 지도한 뒤 받은 공로패. 김경래 전 교수 제공.
김경래 전 교수는 댄스스포츠 선수로도 활약했고 댄스스포츠에 대한 책도 썼다. 현역시절 모습 사진이 들어간 책. 김경래 전 교수 제공.
댄스스포츠 경력은 보디피트니스에도 도움이 됐다. 박 관장은 “김 전 교수님은 첫 대회부터 무대를 사로잡았다. 댄스스포츠를 해서 인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여유 있게 연기했다”고 평가했다. 김 전 교수는 9월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대회 출전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늦게 시작했지만 근육운동을 통해 새로운 삶의 길을 찾았다. 마치 미국에서 골프와 댄스스포츠를 처음 배우는 기분”이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요즘 나이든 분들은 근육운동과 단백질 섭취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한다. 100세 시대 장수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늦게나마 젊음을 되돌리는 회춘약 근육운동을 시작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는 또 다른 새로운 도전도 시작했다. 머리를 잘 써야 치매가 안 걸린다고 판단해 학점은행제로 경영학과 경제학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올 초부터 각 18학점씩을 들었다. 경영학 학사 학위를 받아 나무 의사 자격증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2018년부터 나무 의사 자격증을 획득하면 나무병원을 만들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자격증을 따면 근육운동을 즐기면서 나무를 치료하며 여생을 보낼 계획이다. 그는 “자격증을 따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도전을 계속해야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