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비주류가 2기 집권 공식… 정권과 차별화가 숙제
이재명 경기도지사. [조영철 기자]
문재인 정권 초기, ‘다음은 이재명’이라는 가설이 등장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비주류로 인식됐다. 현 정권의 바통을 이어받아 정권을 재창출할 카드로도 여겨졌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공식을 세우려는 사람도 있었다. 근래 상황이 다소 바뀌고 있다. ‘정권 재창출 공식’이 이 지사에겐 들어맞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한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상승 조짐도 나타났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상승세로 이 지사의 외연 확장이 막힌 지도 오래다.
文-李, 대립 관계 아닌 선후 관계
“문재인과 이재명 중 누가 더 나을까. 일단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밀어야 하지 않을까.”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흔히 듣던 이야기다. 그 무렵 이 지사 지지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박근혜 탄핵’을 운위하던 그에게 탄핵 찬성 여론이 쏠렸지만, 당장 대선에서 이 지사를 당선시켜야 한다는 확신이 부족했다.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오빠 먼저, 경제 먼저(박근혜보다 이명박이 먼저)”라고 외쳤듯, ‘문재인 먼저, 그다음 이재명’이라는 공식이 지지자들 사이에서 성립했다. ‘문재인과 이재명’은 양자택일 문제가 아닌, 선후를 가릴 숙제로 여겨졌다.이 지사 역시 문재인 정권 출범 직후 여러 네거티브 캠페인을 경험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상대 후보를 너끈히 제쳤지만, 민주당 후보가 되는 과정에서 여러 의혹이 터져 고초를 겪었다. 힘겨운 나날이었겠지만 덕분에 문재인 정권 주류와 차별화됐다. 법정 공방에서 승리하면서 유력한 차기 주자로 발돋움했다. ‘이재명을 막아서는 강성 친문(친문재인) 대 이를 극복하려는 이재명’이라는 구도로 여권 대선 경쟁을 읽는 사람도 많이 생겼다. ‘문재인 정부에 부정적이지만 민주당을 완전히 버리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 지사를 밀어줘야 할 이유였다.
그러나 ‘친문과 친이재명은 대립 관계가 아니다’라는 사실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현 정권에서는 어지간한 국회의원보다 논객 등 이른바 ‘스피커’의 힘이 강하다. 이들 중 ‘친문이면서 반명(반이재명)’인 경우는 많지 않다. ‘문꿀오소리’로 불리던 친문 겸 반명 세력이 있지만 이들을 대표하는 논객들은 인지도가 낮다. 도리어 친문 계열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은 이 지사를 지지한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대표적 예다. 그는 문재인 정권 출범 전부터 이 지사에 대한 애정을 마음껏 드러냈다. 2017년 대선 당시 우선 문재인을 밀고 그다음 이재명을 내세우겠다는 태도가 빤히 보였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친이재명 행보’, 친조국 인사로 각인된 김남국 의원의 이재명 캠프 가담도 마찬가지다. 친문 상당수는 다음 주자로 이 지사를 지목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책사였으며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도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민주당이 이길 수 있다면 누구라도 돕겠다’는 자세를 취하면서 ‘이재명도 충분히 밀어줄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인다.
文과 차별화 가능할까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맨 앞)가 7월 14일 장인상을 당한 김경수 경남 도지사를 조문했다. 빈소는 전남 목포시 산정동 봉황장례문화원에 마련됐다. [뉴스1]
김영삼,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하나같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전임자의 방해를 받는 듯한 느낌을 줬다. 이 때문에 당선이 더 드라마틱했는지도 모른다. 이 지사는 비슷한 인상을 주는가. 근래에는 오히려 이낙연 전 대표가 비주류로 여겨질 정도다. 이 지사는 문재인 정권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을까. 그의 대선가도에 깔린 마지막 시험대다.
노태우, 김대중, 이명박 정권은 끝까지 오해를 샀다. ‘남의 당 후보’를 미는 것 같은 암시마저 줬지만, 이는 후계자들이 자신과 분리된 독자적 존재로 비치도록 했다. 반면 이 지사는 문재인 정권의 영향력 안에 갇힌 듯한 인상이다. ‘한 번 정권을 잡으면 2연속으로 집권한다’는 법칙은 여전히 강력해 보인다. 단, 이 지사가 천신만고 끝에 전임자와 차별화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김수민 시사평론가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98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