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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최악 홍수 현장서 웃은 獨 정치인…주민들 “역겹다”

입력 | 2021-07-18 16:18:00


역대 최악의 홍수로 지금까지 150명이 넘게 숨진 독일에서 차기 총리로 유력한 정치인이 수해 현장을 방문해 농담을 하며 웃었다가 비난을 받자 결국 사과했다. 슬픔에 잠긴 수해지역 주민들은 정치인들의 이벤트성 방문을 두고 “역겹다”고 비판했다.

17일(현지 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독일 집권당인 기독민주당(CDU) 대표이자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지사인 아르민 라셰트는 이날 홍수 피해가 심각한 에르프트슈타트를 방문했다. 그는 9월 앙겔라 메르켈 현 총리의 임기가 끝나면 차기 독일 총리에 오를 것이 유력시 되는 인물이다.

라셰트 주지사는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연설을 하는 동안 뒤에 다른 사람들과 서 있으면서 20초가량 수다를 떨었다. 그는 농담을 하며 웃음도 터뜨렸다. 이 모습이 고스란히 방송을 통해 중계된 뒤 논란이 커졌다.

빌트 등 독일 언론은 “온 나라가 우는데 라셰트는 웃었다”며 비판했다. 한 독일 야당 의원은 “이 모든 상황이 주지사에겐 장난인가. 그가 어떻게 차기 총리가 되겠나”고 비판했고, CDU와 연정을 구성한 사회민주당의 사무총장도 “말문이 막힌다”고 비판했다. 파문이 커지자 라셰트 주지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대화를 나누던 상황이 그렇게 비춰 후회된다. 부적절했고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날 현재 독일에서 156명, 벨기에에서 27명이 홍수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백 명이 연락두절 및 실종 상태라 사망자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독일 라인강과 아르강 사이의 작은 마을 진치히의 한 요양원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12명이 이번 홍수로 숨졌다. 이들은 요양원 1층에서 지내던 중 15일 오전 갑자기 차오른 물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 숨졌다. 같은 요양원에 살던 몸이 성한 이들 24명은 고층으로 피해 목숨을 건졌다. 요양원 근처의 한 주민은 “비가 오기 전에 정부는 심각하게 경고하지 않았다. 사건 뒤에서야 정치인들이 요양원을 줄줄이 방문하는 모습이 역겹다”고 NYT에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