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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아오, 두테르테 부패에 펀치 날렸다가 집권당 대표직 박탈

입력 | 2021-07-18 20:59:00

파키아오 인스타그램


필리핀 복싱영웅 매니 파키아오 상원의원(43)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76)의 부패 의혹을 거론하는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렸다가 집권당 대표직 박탈이라는 카운터 펀치를 맞았다. 파키아오 의원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였으나 내년 5월 필리핀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지는 가운데 최근 노골적으로 대통령을 비판해왔다.

로이터통신은 17일(현지 시간) 필리핀 집권당 ‘PDP 라반’의 투표 결과 파키아오 상원의원이 당 대표직을 잃었다고 전했다. 파키아오 의원은 지난해 12월 당 대표로 선출됐다. 후임 대표에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알폰소 쿠시 에너지부 장관이 선출됐다.

2009년 정계에 입문한 파키아오 의원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강력한 원군이었다. 그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인권 침해 논란 속에서 벌이고 있는 ‘마약범죄와의 전쟁’과 사형제 부활을 지지해왔다. 파키아오 의원은 내년 대선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의 뒤를 이을 유력 후보로 거론돼왔다. 두테르테도 파키아오를 “차기 대통령감”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필리핀 대통령직은 6년 단임제다.

그러나 최근 두 사람의 사이가 벌어졌다. 지난달 파키아오는 두테르테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대해 중국에 저자세라고 비난했고 이달 4일에는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가로챈 증거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두테르테는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쿠시 장관이 새 대표로 선출된 뒤 두테르테는 의회 연설에서 “우리 당은 강하고 내 임기가 끝난 뒤에도 단합할 것”이라고 했다. 두테르테는 대통령 퇴임 후 벌어질 수 있는 정치 보복에 대비하기 위해 내년 대선에서 부통령 출마를 고려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파키아오는 복싱 역사상 처음으로 8체급을 석권한 인물로 다음달 미국에서 열리는 복귀전을 앞두고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