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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中반도체 굴기 제동… 네덜란드에 “핵심장비 팔지 말라”

입력 | 2021-07-19 03:00:00

ASML이 만든 세계유일 생산 장비, 삼성-애플 등 반도체 기업엔 필수
WSJ “美압력으로 수출 허가 보류”
‘반도체 고립’ 中, 인재양성에 박차… 베이징-칭화大 등에 관련학과 설립
반도체 인력 연봉, 일반인의 10배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핵심 장비 확보를 막기 위해 동맹국들에도 대중 수출 제한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학계를 중심으로 반도체 인력 양성에 나섰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압력으로 자국 기업 ASML이 만든 첨단 노광장비의 대중 수출 허가를 계속 보류 중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국가안보에 대한 우려를 들어 네덜란드 정부에 중국으로의 수출 제한을 요구해서다.

ASML이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실리콘 웨이퍼에 EUV를 이용해 5nm(나노미터) 이하의 미세한 반도체 회로를 새겨 넣는 핵심 생산 장비다. 이 수준으로 극도의 미세 공정을 할 수 있는 장비 생산 회사는 전 세계에 ASML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삼성, 인텔, 애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관련 기업들도 이 장비의 확보에 집중적으로 매달려 왔다. 중국은 무게 180t, 가격은 1억5000만 달러(약 1700억 원)에 달하는 이 장비를 사들여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술기업들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길 원하고 있다.

ASML 장비가 중국으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최우선 업무 중 하나였다. 그는 올해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네덜란드와 접촉해 ‘양국 간 선진 기술에 대한 긴밀한 협력’을 논의하면서 이 문제를 거론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기조를 이어받은 것이다. 2019년 찰스 쿠퍼먼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네덜란드 외교관들을 백악관에 초청해 “좋은 동맹은 이런 장비를 중국에 팔지 않는다”며 수출 제한을 압박했다. 그는 ASML 제품이 미국 부품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백악관은 이런 미국 부품의 네덜란드 수출을 제한할 권한이 있다”고도 했다.

ASML 외에 다른 반도체 업체들도 비슷한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은 이달 초 “대만 TSMC의 중국 난징 공장 증설이 중국의 반도체 자급 목표 달성을 도울 것으로 우려된다”는 입장을 TSMC에 전달했다.

미국의 강한 압박에 고립되어 가는 중국은 자체 반도체 개발인력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베이징대는 반도체 부문 인재 양성을 위한 ‘반도체 대학원’을 설립하고 15일 개원식을 열었다. 14일에는 항저우과학기술대(HUST)가 우한시에 반도체 관련 단과대를 개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기술 허브’로 불리는 선전시에 위치한 선전기술대(SZTU)도 지난달 반도체 관련 단과대학을 신설했다. 4월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모교인 칭화대가 반도체 단과대학을 설립했다.

16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의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가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다. 텐센트는 공식 홈페이지에 그룹 산하 테크놀로지엔지니어링사에서 반도체 엔지니어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게시했다.

중국 대도시 지역에서 근무하는 반도체 분야 평균 연봉은 지난해 32만 위안(약 5640만 원)으로 일반인 평균 연봉(3만2189위안)의 10배 수준에 달했다. 중국 정부는 세제 지원, 보조금 지급 등의 형태로 반도체 분야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기업정보 관련 회사인 치차차(企査査)에 따르면 올해 1∼5월 신규 등록된 중국의 반도체 관련 기업은 1만5700여 곳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