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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출발은 늦었지만”…‘속도전’ 최재형, ‘윤석열 차별화’ 승부수

입력 | 2021-07-19 11:13:00

최재형, 19일 오세훈 서울시장 회동
최재형 "보궐선거 역전드라마 감동"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왼쪽)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5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후발주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다른 행보를 보이며 차별화에 나선 모습이다.

최 전 원장은 19일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시장과 만나 야권이 대선에 승리할 경우 '여소야대' 정국에 대응하는 방법 등을 조언을 구했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오 시장과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오 시장이 시의회 구성이 (현재 여당에) 압도적인 상황에서 낮은 자세로 시의회를 잘 설득하며 시정 운영을 하는 모습을 굉장히 인상적으로 봤다”며 “방역과 부동산 정책, 소상공인 등 현안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앙정부와 잘 협의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의 이날 발언은 내년 대선에서 야권이 승리할 경우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확보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최 전 원장은 “만일 내년에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국회 여소야대) 유사한 상황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할 텐데 국정은 무리하게 끌고나가기보다 국민과 시민이 편안하게 살아갈 방안이 무엇인지 협의하고 설득하는 길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나라의 지도자는 일방적으로 (국정을) 끌고 나거나 자기 주장을 설득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의견을 경청하고 협력하고 때로는 설득당하면서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고 (오 시장과의 대화에서) 배웠다”고 말했다.

또한 최 전 원장은 오 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역전 드라마와 저력을 보고 감동했다. 역시 고수이시다"라고 말했다.

4월 보궐선거 당시 오 시장이 비교적 늦게 출사표를 던진 것처럼 자신도 뒤늦게 정치 참여를 선언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해 윤 전 총장 등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치권 안팎에선 최 전 원장이 이날 오 시장을 만난 것은 당내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히며 당내 지지 기반을 다지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자신의 취약점인 낮은 인지도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당원들의 표심을 공략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부인 이소연 씨가 이달 17일 부산 해운대구 석대 사거리 인근에서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과 환경미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 의원, 최 전 원장, 이 씨. 최재형 캠프 제공



앞서 최 전 원장은 지난 17일 보수 지지세가 강한 부산을 찾아 김미애 의원과 함께 해운대구 동천교 하천 일대를 돌며 당원 등과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도 벌였다.


부인 이소연 씨와 함께 봉사활동에 나선 최 전 원장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국민의힘을 묵묵히 지켜 오신 당원 여러분과 한마음으로 가겠다”며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인 정권교체, 그리고 보다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최 전 원장은 이르면 이번 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대선 예비후보 등록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 선두 주자인 윤 전 총장을 추격해야 하는 입장에서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하기 위해 초반 스퍼트에 나서는 것이다.


최 전 원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전‧현직 의원도 조만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 대선 주자로 입지를 다지기 위해 국민의힘 지지 기반 선점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 전 원장은 국회 여의도 대하빌딩에 캠프 사무실도 마련했다. 대하빌딩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차렸던 곳이다.


최 전 원장의 속도전 행보는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윤 전 총장과의 차별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에 선을 긋고 민생 행보를 통한 독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캠프 사무실도 국회 여의도가 아닌 광화문 인근에 마련하며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다.


앞서 최 전 원장은 윤 전 총장의 대체재 성격으로 부상한 측면이 있지만 최근 “저 자체로 평가받고 싶다”며 선을 긋고 ‘정치인 최재형’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최 전 원장은 19일 자신의 지지율 상승세와 관련해 “국민이 지지해준 것에 감사하다”며 “비록 출발은 늦었지만 국민 눈높이 맞춰 공감할 수 있는 후보자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