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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인만 찍어서 야근·잔업 강요…‘직장 내 괴롭힘’ 맞나

입력 | 2021-07-19 14:12:00


직장인 김영훈(가명) 씨는 팀장이 최근 들어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업무가 많다며 야근과 잔업을 강요하는 날이 부쩍 늘었기 때문입니다. 일찍 퇴근하는 날에는 눈치를 주기 일쑤입니다. 잦은 초과 근무로 몸이 안 좋아진 김 씨가 휴가를 내고 쉬겠다고 말했지만, 팀장은 “일이 많다”며 반려했습니다. 김 씨는 팀장의 이런 행동이 부당한 업무지시, 즉 ‘갑질’에 해당하는지 궁금합니다.

● 특정인만 야근 강요하면 직장 괴롭힘
 직장에서의 괴롭힘을 금지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이달 16일 시행 2주년을 맞았습니다. 이 법은 직장에서 ①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②업무상 필요한 범위를 넘어 ③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해 금지합니다. 하지만 2년이 되도록 무엇이 괴롭힘이고 무엇이 아닌지 불분명하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많습니다.

김 씨 사례를 보죠. 만약 팀장이 김 씨 한 사람에게만 야근과 잔업을 강요했다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반면 업무량이 늘어 모든 팀원이 불가피하게 야근과 잔업을 하는 상황이라면 괴롭힘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또 상사 입장에서는 일을 잘하는 김 씨가 적임자라고 판단해 그에게만 일을 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괴롭힘을 판단할 때는 이런 사정이 복합적으로 고려됩니다.

법이 보장하는 연차휴가를 반려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에도 해당합니다. 다만 해당 근로자의 휴가로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생긴다면 시기를 바꿔달라고 요청할 수는 있죠. 휴가 반려가 업무상 필요 범위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괴롭힘 판단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후배가 제출한 보고서를 여러 차례 돌려보내며 보완을 지시한 것은 업무상 필요한 범위입니다. 이것만으로는 괴롭힘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욕설을 한다면 문제가 되죠. 동료 사이라고 하더라도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등 따돌린다면 이 역시 직장 괴롭힘입니다.

● 괴롭힘 조사 제대로 안 하면 과태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가 가해자를 지방노동청에 직접 신고할 수 있을까요. 답은 ‘아니오’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가해자를 직접 처벌하는 법이 아닙니다. 괴롭힘에 대해 사업주가 적정한 조치를 하도록 한 법이죠. 따라서 1차적으로는 회사에 신고해 조사와 처분이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회사가 신고를 받고도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그때 지방노동청에 신고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사용자가 괴롭힘 사실을 알고 그냥 넘어가더라도 이를 규제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10월부터는 회사가 괴롭힘 조사를 소홀히 하거나 피해 근로자 보호 및 가해 근로자 징계를 하지 않는다면 5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누설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회사에 신고하고 가해자와의 분리를 위해 유급휴가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회사가 이를 반려했습니다. 이 때도 회사가 개정법에 따른 과태료 처분을 받을까요. 조사 결론이 나오기 전에 피해자 보호 조치를 안 했다고 해서 과태료 처분을 받는 건 아니라는 게 고용부 설명입니다. 아직은 괴롭힘을 당했다는 일방적 주장만 있는 단계이기 때문이죠. 고용부는 사업주가 지켜야 하는 조치의무 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할 예정입니다.

회사가 괴롭힘 신고에 대해 조사했지만 괴롭힘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는 있습니다. 사측의 조사결과가 납득되지 않는다면 괴롭힘을 당한 근로자는 지방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지방관서가 직장 괴롭힘이 있었다고 판단한다면 사측에 피해자 보호, 가해자 징계 등의 조치를 하라고 행정지도를 하게 됩니다. 다만 회사의 ‘잘못된 판단’에까지 과태료를 부과하지는 않습니다.

사장이나 사장의 친인척인 근로자가 직장 괴롭힘의 가해자일 경우에는 회사가 제대로 된 조사를 하길 기대하기 어렵겠죠. 이 경우에는 지방 노동청에 곧바로 진정을 제기하면 됩니다. 괴롭힘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송혜미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