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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文방일 무산… 갈등의 악순환 고리 끊기가 이렇게 어렵나

입력 | 2021-07-20 00:00:00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총리. 사진=뉴스1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무산됐다. 청와대는 어제 오후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염두에 둔 한일 간 협의에서 상당한 이해의 접근이 있었지만 회담의 성과로 삼기에는 여전히 미흡해 방일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전까지도 한일 정부 모두 “아직 미확정”이라며 막판 성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지만, 회담의 형식과 내용을 둘러싼 양국 간 협의에서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 방일 무산은 한일 간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거듭 확인시켜준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어제는 올림픽 개막 나흘 전, 해외 입국자에 대한 일본의 자가격리 3일 방역기준에 따라 우리 실무진이 출발해야 하는 하루 전이어서 사실상의 데드라인이었다. 청와대로서는 만족할 만한 회담 성과가 나올지 불투명한 데다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망언 파문까지 겹치면서 방일 명분도 낮아졌다는 판단 아래 방일을 접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방일은 양국 정부가 수교 이래 최악이라는 한일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이고,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둔 스가 요시히데 총리다. 양국 외교가에선 진작부터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모두 물러나지 않고선 양국관계 정상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어떻게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 양국이 협의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한일은 오랜 자존심 경쟁과 감정 다툼이 만든 불신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지난달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양국은 약식 정상회담에 잠정 합의하고도 결국 불발되자 상대방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이번 무산을 두고도 양국이 어떤 비공식적 설명을 내놓으며 책임을 떠넘길지 걱정스럽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벌써 나온다.

두 정상이 만난다고 해서 오랜 굴곡의 역사 속에 생겨난 한일 갈등이 쉽사리 해결될 수는 없다. 다만 배척할 수 없는 이웃 국가로서 최소한의 신뢰를 쌓는, 그래서 때마다 일마다 부딪치며 갈등을 키우는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귀중한 계기가 될 수 있었다. 비록 이번에도 기회를 살리지 못했지만 미래 양국관계에 큰 오점으로 남기지 않으려면 앞으로도 전환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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