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임수 경제부 차장
지난해 7월 집권 후반기 역점 사업으로 ‘한국판 뉴딜’을 꺼내들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1년 만에 ‘2.0 버전’을 내놨다. 2025년까지 220조 원을 들여 일자리 250만 개를 만드는 게 큰 틀이다. 1.0 버전보다 사업비는 60조 원, 일자리 목표는 60만 개가 늘었다.
정부가 주요 정책을 손질하고 보완하는 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1.0 버전의 구체적인 성과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게다가 현 정권의 임기가 10개월도 안 남은 시점에 사업 규모를 더 늘린 4년짜리 정책을 남발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2.0 계획을 발표하면서 “우리의 선택이 옳았다. 한국판 뉴딜은 대한민국 대전환의 문을 열었다. 국민들도 일상 속에서 한국판 뉴딜을 체감하기 시작했다”고 자평했다. 한국판 뉴딜의 실체가 무엇인지, 1년간의 성과가 어땠는지 아는 국민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2.0 버전의 세부 계획을 보면 기존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두 축에 ‘휴먼 뉴딜’을 새로 집어넣었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휴먼 뉴딜에는 1.0에 있던 고용·사회 안전망 확충 사업들을 포장만 바꿔 끼워넣었다. 더불어 19∼34세 청년들에게 8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청년 정책이 추가됐다.
구체적으로 연 소득 2200만 원 이하인 청년이 매달 10만 원 저축하면 정부가 최대 30만 원을 추가로 주는 통장이 도입된다. 연봉 3600만 원 이하 청년에게 이자를 최대 4%포인트 더 주는 적금, 군 장병이 저축하면 정부가 3분의 1을 더 얹어주는 적금도 생긴다. 청년 전용 보증부월세대출, 학자금대출 확대 등도 포함됐다. 20, 30대의 자산을 세금으로 불려주는 현금 지원용 대책이 대거 담긴 것이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잃고 취업난에 힘들어하는 청년층의 불만을 수십, 수백만 원을 안겨주는 일회성 지원으로 달래려는 건 기만이다. 청년들은 이 돈도 나중에 자기 세대가 갚아야 할 빚임을 알고 있다.
이런 현금 살포 정책은 정부가 선의를 내세워도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현 정권에 등 돌린 청년층의 환심을 사려는 의도가 있다는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표심을 얻기 위해 여당이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모자라 이번엔 휴먼 뉴딜 명목으로 청년들에게 현금을 뿌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