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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박세은 “가장 빛나는 ‘에투알’될 것”

입력 | 2021-07-20 03:00:00

佛파리 오페라발레단 입단 10년만에 ‘최고 등급’ 무용수 오른뒤 귀국회견
“자부심 강한 佛서 인정받아 행복… 더 올라갈 곳 없지만 지금부터 시작”



19일 서울 강남구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세은은 무대에 서고 싶은 세 작품으로 ‘라 바야데르’ ‘돈키호테’ ‘마농’을 꼽았다. 뉴시스


“무용수로서 제 이력서는 끝을 찍어 더 올라갈 곳이 없어요. 하지만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아직 보여줄 춤이 더 많은 걸요.”

‘파리의 별’ 박세은(32)이 금의환향했다. 세계 최정상급 발레단인 파리오페라발레단(BOP)에서 6월 10일(현지 시간) 동양인 최초로 최고 등급 무용수인 ‘에투알(etoile·별)’로 지명된 그는 19일 서울 강남구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에투알 중에서도 가장 빛나고 큰 에투알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BOP의 비시즌 기간을 맞아 15일 귀국한 그는 프랑스에서 백신 접종 후 자가 격리를 면제 받아 이날 첫 공식 행사를 가졌다. 박세은은 “승급 후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들떠 있는 상태”라며 “동료, 친구들의 축하 메시지에 아직도 답장을 다 못 했다. 응원해주시는 국내, 해외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춤을 추겠다”고 말했다.

한국 가족과 친구들의 축하도 의미가 깊지만 옆에서 10년간 그를 지켜본 발레단 동료들이 보낸 박수는 유독 묵직했단다. 그는 “동료들이 제 승급을 진심으로 기뻐했던 건 실력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어려서부터 배운 러시아 ‘바가노바’식 발레를 내려놓고, 바닥에서부터 프랑스식 발레를 새롭게 익혀 정상에 오른 노력에 대한 박수였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에투알은 제게 10년의 기다림, 간절함을 의미한다”고 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박세은은 2011년 BOP 입단 순간을 떠올렸다. 당시 그의 춤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둘로 나뉘었다. 순혈주의의 벽과도 싸워야 했다.

“제 춤을 본 이들은 감정 표현 없이 기술만 뛰어나다거나 프랑스인 무용수들보다 큰 무용수가 될 것이라는 의견으로 갈렸어요. 또 현재 여성 에투알 10명 중 8명이 BOP 발레학교 출신일 정도로 보이지 않는 벽도 있죠. 부정적 평을 딛고 발레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프랑스 관객마저 결국 제 춤을 인정한다고 느꼈을 때 행복했어요.”

박세은의 새 시즌은 9월 24일 프랑스어로 ‘행진’을 뜻하는 ‘데필레(defile)’에서 시작한다. 약 250명의 무용수가 15분 동안 관객 앞에서 가장 화려한 퍼레이드를 펼치는 BOP의 공식 전통 행사다. 박세은은 왕관을 쓴 채 행진한다. 뒤이어 ‘에튜드’ 개막 공연도 펼친다. 그는 “새롭게 에투알이 된 저를 소개하는 의미가 있는 자리다. 세계적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첫 데필레 지휘를 맡아 더 특별한 행진이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