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부활 30주년]〈상〉의회에 조례안 발의, 감사 청구 등 法개정후 주민참여 기회 대폭 확대…삶의 질 향상과 지역 경쟁력 높여 일부 지방의원 일탈에 여론 뭇매… 국민 눈높이 맞는 자치분권 갖춰야
1일 세종시에서 열린 ‘지방의회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광역·기초의회 관계자들이 지방의회 부활 30주년을 기념하는 퍼포먼스를 열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올해로 30년이 됐다. 지방의회는 1952년 처음 개원한 뒤 1961년 5·16군사정변으로 집권한 군사정부에 의해 해산됐다가 1991년 지방선거를 통해 다시 살아났다. 그동안 지방의회의 실질적인 자율성이 확대됐고 권한과 전문성도 강화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방의회 발전의 새로운 전기도 마련됐다. 하지만 지역별로 차별화되고 지역 주민의 눈높이에 ‘맞춤형 지방행정’의 실현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이에 본보는 2회에 걸쳐 지방의회 부활 30주년의 의미를 짚어보고 지방의회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기회를 마련했다.》
참석자들은 지방의회가 자랑스러운 주민대표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주민의 꿈과 희망을 만들어나가는 지방의회’라는 미래상도 선포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는 학술토론회와 정책세미나 등도 열렸다.
전국 각 지역의 지방의회도 다양한 시민 참여 행사와 기념식을 가졌다. 지방의회 재출범 30주년을 주민들과 함께 기념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 ‘주민 삶의 질’ 기여… 주민 참여 확대 기대
지방의회 부활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성과로 볼 수 있다. 헌법이 개정되고 지방자치법도 고쳐지면서 1991년 3월 26일 기초의회 의원 선거가, 그해 6월 20일에는 광역의회 의원 선거를 치러 지역의회가 다시 문을 열었다. 이후 30년간 지방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을 외치며 적극적으로 활동해왔다. 우리 생활에 밀접한 조례를 제정해 주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활동을 살펴보고 견제함으로써 알권리 실현에도 도움을 줬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해 주민 참여 기회는 더욱 확대됐다. 주민이 직접 의회에 조례안을 발의하거나 감사 청구 요건이 완화된 것이다. 의회의 독립성도 강화됐다. 지방의회 의장에 의회 사무처 직원 인사권을 주고, 의회 정책 역량 강화를 위한 의정지원관도 확충할 수 있게 됐다.
● ‘의원 활동 만족 못 해’ 부정적 의견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올 2월 진행한 ‘지방자치 성과 및 향후 과제에 대한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3.5%는 ‘주민 삶의 질 향상과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지방자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방자치 덕분에 ‘행정 서비스와 민원 서비스 품질이 향상됐다’는 의견도 43.0%였다.
하지만 부정적인 의견도 여전하다. 지방자치를 통해 ‘지역 간 격차 해소와 균형발전 수준이 개선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48.1%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활동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적잖았다. 실제 일부 지방의원의 그릇된 행동이 알려지면서 지방의회가 뭇매를 맞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자치분권 시대를 열기 위해 지방의회가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홍준현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조례와 규칙의 위상 강화를 위해 명칭을 자치법률과 자치규칙으로 바꾸는 등의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다”며 “의회 사무처의 정치적 중립과 사무처 직원 채용 절차의 공정성 확보 등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인사권 독립으로 주민주권 시대 열겠다”
김한종 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김한종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은 19일 “30년간 발전해온 주민주권과 자치분권을 통해 더 나은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제공
김한종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67·전남도의회 의장)은 내년부터 새로 시행되는 지방자치법에 거는 기대가 크다. 1991년 지방자치 부활과 함께 다시 열린 지방의회는 지난해 말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큰 변화를 맞게 됐다. 지방자치의 한 축인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권한이 크게 강화됐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1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신뢰받는 지방의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방의회 위상을 높이기 위해 지방자치법 후속 조치 또한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전남 장성 출신의 3선 도의원인 김 회장은 지난해 7월 전남도의회 후반기 의장에 당선됐고, 그해 9월 제17대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으로 선출됐다.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는 어떤 단체인가.
“지방자치법 165조에 근거해 전국 17개 시도의회 의장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법정단체다. 1991년 출범 이후 지방자치 발전과 지방의회 운영에 관한 상호 교류 및 협력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도의회 발전에 필요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국회·정부와 협의를 통해 실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명칭을 지방의회 3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로 바꾸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개정 지방자치법은 무엇보다 지방의회 의장에게 사무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부여하고 법령 등에 따라 임면·교육·훈련·징계 등에 관한 사항을 정리하도록 해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권한을 한층 강화했다. 지방의회 의원의 의정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지원 전문 인력을 두도록 해 전문성을 높이도록 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초석을 다지는 발걸음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이 왜 중요하나.
“국회 사무총장은 국회의장이 뽑지만 그동안 지방의회 사무처장·사무국장은 의장이 아닌 단체장이 임명했다. 단체장과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의회 직원들이 단체장의 영향력 아래 있다 보니 지방의회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 인사제도도 지방의회의 전문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의회 직원 상당수가 자치단체로 복귀하기 때문에 지방의회 관련 업무 경험이 의회 내에 축적되지 못했다. 인사권 독립은 지방의회 발전과 진정한 주민주권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개정 지방자치법에 아쉬운 점은 없나.
“무엇보다 정책지원 전문 인력 제도에 아쉬움이 남는다. 도입 규모와 시기가 당초 안보다 크게 후퇴했다. 정책지원 전문 인력을 의원 정수의 절반만, 그것도 2023년 말까지 연차적으로 도입한다고 명시했다. 지방의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활동을 지원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국회·정부와 함께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특히 지방자치법에 다 담지 못한 내용들은 지방의회법 제정을 통해 해결할 것이다.”
―지방의회법 제정은 어떻게 돼 가나.
“국회가 국회법에 근거해 운영되는 것처럼 지방의회도 지방자치법에서 벗어나 자율적이고 전문적인 운영을 위한 독립적인 법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현재 국회에서 지방의회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지방의회법은 조직 구성에 대한 자율권과 독자적인 예산권 부여 등 지방의회의 독립성 보장을 뼈대로 한다. 지방의회의 완전한 독립은 지방자치의 완성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방의회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권한 강화와 함께 강조되는 것은 지방의회 자체의 자정과 신뢰 회복 노력이다. 일부 사례이지만 지방의원들의 엇나간 행태는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을 쌓는 악재로 작용했다. 이번 지방자치법 개정에서도 다수의 견제장치가 마련됐다. 지방의원 겸직 금지를 보다 명확히 하고 정보공개를 강화하며 제 식구 감싸기를 차단하기 위한 윤리특위 상설화 등은 지방의회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일조할 것이다.”
―지방의회 발전을 위한 제언은….
“지방자치제가 자치분권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반쪽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계는 수직적인 관계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지방화 시대에 맞는 권한과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지역 발전을 토대로 국가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전국 시도의회 의장과 협의와 토론을 거쳐 지방과 지방의회의 목소리를 국회와 정부에 건의하고 권한 이양을 촉구하겠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무안=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