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강화에 ‘여름 택배전쟁’
#서울 성북구에 사는 김모 씨(52)는 지난 주말 새벽 문 앞에 배송된 물건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아침식사용 찬거리를 시켰는데 주문한 것과 전혀 다른 식품이 있었던 것. 1시간 만에 겨우 연결된 상담원은 주문량 폭증으로 배송 착오가 생긴 것 같다며 사과했다. 결국 김 씨는 아파트 옆 동 주민을 찾아가 잘못 배송된 물건을 직접 찾아왔다.
#재택근무 중인 회사원 정모 씨(35)는 다음 달 가족 피서 계획을 취소하고 대신 휴가비로 집에서 쓸 업무용 모니터를 샀다. 온라인으로 각종 생필품에 아이들 어린이집 휴원으로 홈스쿨링 교구까지 주문하면서 매일 택배 물건이 현관문 앞에 쌓인다. 폭염에 재택 시간이 늘면서 작은 방에 걸 에어컨도 주문했지만 배송 지연으로 언제 받아볼 수 있을지 걱정이다.
여름휴가철에 코로나19 4차 유행까지 겹치면서 물류 폭증 조짐이 나오고 있다. 피서 기간인 7월 말∼8월 초는 택배 물량이 평소의 절반까지 줄어드는 전통적 비수기이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격상이 발표된 이후 온라인 쇼핑 소비자들이 늘면서 배송 지연이 속출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12일부터 일주일간 판매량이 전주 같은 기간보다 5% 늘었다. 같은 기간 카카오의 ‘카카오톡 쇼핑하기’에서는 식품, 생활용품 부문 거래액이 1주일 전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쿠팡은 4단계 격상 이후 주문량이 늘자 메인 화면에 배송 지연 안내를 띄웠다. 쿠팡이 배송 지연 안내를 띄운 사례는 지난해 대구 집단 감염과 12월 3차 유행 시기 이후 처음이다. 네이버쇼핑 등 일부 업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택배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나 택배사 인력은 부족해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 배송 기간이 오래 소요될 수 있으니 여유 있게 주문해 주시길 바란다”는 공지사항 문구를 내걸었다.
택배업체 상황도 여유롭지 않다. 일부 업체는 지난달 전국택배노조 총파업 당시 물량 과부하를 막기 위해 송장 발급을 제한한 ‘출력제한’ 조치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비수기 휴가철이 되면 물량 적체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봤지만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오히려 물량이 일부 늘었기 때문이다.
서울 강서구의 한 물류센터 관계자는 “원래 폭염 기간엔 휴가를 떠나는 고객사가 많고 부패 우려가 있는 생물 배송도 감소해 물량이 대폭 줄어든다. 그런데 올해는 홈캉스 관련 물품 등 온라인 주문이 늘면서 감소 폭이 예년보다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택배사 직원은 “그나마 분류 작업 인원을 늘린 업체들은 사정이 낫지만 그러지 못한 곳은 물량이 넘쳐 배송 개시 시간이 오전에서 오후로 계속 늦춰지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언택트 소비 증가와 재택 문화 확대로 온라인 주문량은 느는데 일부 지역에서 배송 기사 파업까지 겹치면서 배송대란은 언제든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