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스가 첫 정상회담 무산
도쿄 올림픽 개회식을 불과 4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한일 관계 경색을 풀 임기 내 마지막 기회로 봤던 한일 정상회담이 결국 불발됐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철회 등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했지만 일본이 마지막까지 긍정적인 답을 주지 앉자 고심 끝에 개회식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망언’ 파장은 결정타가 됐다.
청와대는 다음 달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추진해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다시 찾아보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일본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이상 문 대통령 임기 말 꼬인 한일 관계를 풀 모멘텀을 마련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개막식에는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한다.
○ 회담 관련 입장 차에 소마 공사 ‘막말’까지
복수의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19일까지 방일 여부를 고심하던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가 끝난 직후인 오후 4시경 “일본도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방일의 실익이 크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하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의견들을 들은 뒤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한 데는 정부의 ‘성과 있는 정상회담’ 요구에 대해 일본 정부가 만족할 만한 답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 文 “아쉽다” 임기 말 관계 개선 불투명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예상됐던 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간 약식 회담이 불발된 데 이어 이번 방일 계획까지 무산되면서 문 대통령 임기 내 한일 관계 복원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지난 G7 회의 계기 회담 불발 원인을 둘러싸고 벌어진 한일 간 진실 공방이 다시 벌어지면 양국 관계가 더욱 경색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문 대통령이 막판까지 일본 방문을 고심한 건 임기 내 양국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라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한국(내년 3월 대선)과 일본(올해 가을 총선거) 모두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번 올림픽이 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마지막 기회로 봤다는 것. 문 대통령은 이날 불참을 결정한 뒤 참모들에게 여러 차례 “정말 아쉽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총리는 이날 방일 무산 뒤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앞으로 계속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바탕으로 확실히 의사소통 하겠다”고 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