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집단감염]청해부대 301명중 247명 코로나 확진
백신 안맞힌 한국은 철수작전… 美는 지난 2월 함정서 백신 접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청해부대 34진(문무대왕함) 장병들을 귀국시키기 위해 급파된 특수임무단이 19일(한국 시간) 아프리카 현지 문무대왕함에서 방역복을 입은 채 방역작업을 준비하고 있다(위쪽 사진). 미 해군의 태평양 함대인 7함대 소속 수륙양용 수송선 USS 뉴올리언스에 탑승한 장병들이 올해 2월 14일 일본 오키나와 해상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국방부 제공·사진 출처 미 해군 홈페이지
함장(대령)과 부함장(중령) 등 장교 33명 중 19명을 포함해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400t급 구축함) 소속 장병의 80% 이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초유의 사태는 군 지휘부의 무능과 방심 탓이라는 비판이 군 안팎으로 번지고 있다. 2011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 구출 작전을 성공시켜 ‘아덴만의 영웅’으로 불리던 청해부대원들이 백신을 접종받지 못한 상태에서 집단감염 사태로 안전을 위협받고, 조기 철수하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에 대한 지휘책임 규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휘·작전 불능 등 지휘부 오판이 자초한 인재”
군 안팎에선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지휘부의 오판이 자초한 ‘인재(人災)’라는 분석이 많다. 집단감염 위험보다 접종 후 부작용 대처 차질을 더 우려해 파병 4개월이 넘도록 ‘노(No) 백신’ 상태를 방치한 것이 ‘결정적 패착’이라는 얘기다.
전직 해군참모총장 출신 예비역 인사는 “지난해 미 항모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등 함정이 감염병에 얼마나 취약한지 군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접종 후 부작용의 대처 방안을 포함해 백신 접종 계획부터 세웠어야 했다”고 말했다.
특히 청해부대 34진과 달리 미국 등 주요국들은 국내외 함정 승조원에게 백신을 우선 접종했다.
○ 靑, 군 지휘부 책임론에 선 그어
군 지휘부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청와대는 선을 긋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서욱 국방부 장관과 원인철 합참의장 등 군 지휘부 책임론에 대해 “현재 상황을 수습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군인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백신 접종에 대해 예외 원칙을 적용했어야 한다는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현재로선 군 수뇌부의 책임보단 장병들을 안전하게 이송해 사태를 수습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해외 파병 부대 접종 계획에 대해서는 국방부와 방역당국이 논의한 끝에 원칙을 정했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9일 브리핑에서 “(백신의) 국외 반출과 관련해 (군과) 세부적으로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 군인의 접종인 만큼 제약사와 협의해 백신을 보내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3월경 질병청에 파병부대 접종 문제 협의를 요청해 “국내 백신 물량 부족 등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받았고, 정부가 제조사와 백신 계약 당시 해외 반출을 금지해 현지 접종이 어려웠다는 군의 기존 입장과도 배치된다. ‘책임 떠넘기기’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이날 오후 “정 청장의 발언은 청해부대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가 없었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