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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 증여’ 의심받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 증여세 대상일까?

입력 | 2021-07-20 11:14:00

최재형 전 감사원장. 동아일보 DB


최재형 전 감사원장(65)이 최근까지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를 자녀에게 시세보다 싼 가격에 임대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싸게 임대함으로써 이익이 발생한 만큼 편법증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최 전 원장은 보증금 이외에 월세 100만 원을 추가로 받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과연 누가 맞는 걸까. 이와 관련해 국세청이 운영하는 블로그(‘아름다운 稅(세)상’)에 최근 올려진 글 ‘부모님 명의의 집에 살기만 해도 증여세 대상?’을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 블로그에는 세금과 관련한 궁금증들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어 어려운 세금 문제를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 부모 집에 공짜로 산다면 증여세 대상
국세청에 따르면 부모님 주택을 자녀가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이로 인해 사실상 이익을 받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자녀에게 증여세 납부 의무가 발생한다. 다만 부동산을 무상으로 사용해서 얻은 이익의 합계액(‘증여재산가액’)이 1억 원 이상인 경우에만 증여세가 부과된다.

이 합계액은 <부동산 시세X2%X3.7908>이라는 계산식을 통해 구해진다. 여기서 2%는 1년간 부동산 사용료를 고려해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한 비율이다. ‘3.7908’은 기재부 장관이 5년간 부동산을 무상사용한 이익을 매년 10%의 이자율로 나눠 구한 값이다.

이를 적용하면 13억 원일 때 증여재산가액이 9856만 원이다. 즉 13억 원 이하 주택이라면 무상으로 사용해도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주택을 무상으로 사용하더라도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 전 원장 자녀의 경우 일단 무상사용은 아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최 전 원장의 자녀는 시세(8억~10억 원)보다는 싸지만 임대보증금(1억2000만 원)과 다달이 월세를 내면서 ‘반전세’ 형태로 살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 무상사용에 따른 증여세 부과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

최 전 원장은 또 자신이 감사원장을 사퇴하고 공관에서 나온 뒤 자녀와 같이 생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관련 대출이 너무 엄격해서 자녀 부부가 빠져나갈 방안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최 원장과 같이 살게 될 자녀는 무상으로 살아도 증여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부모가 거주 중인 집에 자녀가 들어가 함께 사는 경우에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 부모 집을 시세보다 싸게 사도 증여세 대상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동아일보 DB

최근 다주택자들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부담을 우려해 자녀들에게 싼 가격에 양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때에도 증여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친인척 등으로부터 주택을 시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산 경우 발생하는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을 ‘증여재산가액’으로 보고, 증여세가 부과된다. 이는 본인과 친족관계이거나 경제적인 연관관계, 경영지배관계에 있는 ‘특수관계인’이 아닌 사람과의 거래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다만 조건이 붙는다. 특수관계인 간 거래일 때에는 판매가격과 시세의 차액이 시세의 30% 이상 또는 3억 원 이상인 경우에 증여세 대상이 된다. 특수관계인이 아닌 경우라면 판매가와 시세의 차액이 시세의 30% 이상이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되는 ‘증여재산가액’도 특수관계인 여부에 따라 다르다. 특수관계인이라면 {(시가-판매가)-(시가의 30% 또는 3억 원 중 적은 금액)}을 적용해 구한다. 특수관계인이 아니라면 계산식은 {(시가-판매가)-3억 원}으로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그렇다면 특수관계인인 아버지가 아들에게 시가 30억 원짜리 주택을 20억 원에 팔았다면 얼마의 세금을 내야 할까.

증여재산가액은 {(30억 원-20억 원)-(30억 원X30% 또는 3억 원 중 적은 금액인 3억 원)}을 적용하면 7억 원이 된다. 여기에 증여재산공제와 세율, 누진공제액을 적용하면 산출세액은 1억3500만 원이다. 또 신고세액공제까지 적용하면 최종적으로 납부해야 할 증여세는 1억3095만 원이다.


● 증여세 5년 간 나눠 낼 수 있다

위 사례처럼 1억 원이 넘는 증여세를 한꺼번에 내야 한다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부모의 도움을 받는다면 그 금액만큼 증여가 돼 증여세 부담은 더 커진다.

국세청은 이런 경우에는 세금 신고기한까지 관할 세무서에 ‘연부연납’을 신청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이는 증여세뿐만 아니라 상속세에도 적용되며, 세액이 2000만 원이 넘으면 신청이 가능하다.

연부연납을 하면 신고기한(증여한 날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까지 우선 세금의 6분의 1만 내고, 나머지 6분의 5는 1년에 한 번 6분의 1씩 내면 된다. 다만 이 때 1회 당 최소 1000만 원 이상을 내야 한다.

예컨대 내야할 상속세나 증여세가 1억2000만 원이라면, 신고 기한 이내에 6분의 1에 해당하는 2000만 원을 내고, 나머지 1억 원에 대해서는 1년에 한 번씩 2000만 원씩 5년 간 내면 된다.

연부연납을 신청할 때 납세보증보험증권이나 부동산 등을 담보로 제공해야 하며, 세금을 천천히 내는 만큼 일정한 이자도 같이 내야 한다. 연부연납이자율은 올해 3월 16일 이후부터는 1.8%에서 1.2%로 낮춰졌다.


● 물려받은 아파트 3개월 내 반납하면 증여세 안 낸다
연부연납 등을 이용해도 세금 부담이 버거워 부모가 물려준 아파트를 다시 부모에게 돌려준다면 부과된 증여세는 어떻게 될까.

이 때 반환하는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 증여받은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 이내, 즉 신고기한 이내라면 증여행위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증여한 것이나 반환한 것 모두에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신고기한을 넘겼지만 추가 3개월이 넘지 않은 경우, 즉 증여받은 날이 속한 달의 말일로부터 6개월 이내라면 증여한 아파트에 대한 증여세는 부과된다. 하지만 반환하거나 재증여한 것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만약 증여한 날이 속한 달의 말일로부터 6개월이 넘어선 뒤라면 증여뿐만 아니라 반환·재증여 모두 증여세 대상이 된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