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한 취업박람회에서 참가자가 채용공고게시판을 휴대폰 사진으로 담고 있는 모습. 2021.6.15/뉴스1DB © News1
2년 넘게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A 씨(28)는 ‘우선 중소기업에 취업한 뒤 대기업으로 이직하라’는 주변 사람들 조언이 와 닿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자 ‘첫 직장은 크고 안정적인 기업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A 씨는 “코로나19 확산 뒤 취업 경쟁이 심하다 보니 서류 전형을 통과하는 것조차 어려워졌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선 중소기업에 취업해 경력을 쌓은 뒤 대기업으로 이직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공무원, 대기업 등을 준비하는 ‘청년 취업준비생(취준생)’ 인구가 사상 최대인 86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은 10명 중 3명꼴이었다. 청년 취업자의 첫 직장 근속기간은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 폭으로 늘었다.
20일 통계청이 내놓은 ‘청년층(15~29세)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5월 현재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시험 준비자(지난 1주간 기준)는 85만9000명이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6년 이후 최대 규모다. 전년 같은 달보다는 5만5000명 늘어났다.
청년 취업자가 학교를 졸업 또는 중퇴한 뒤 처음 가진 직장의 평균 근속기간은 1년 6개월 3일로, 전년 대비 21일 늘었다.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첫 일자리가 현재 직장인 경우에는 평균 근속기간이 2년 3개월 6일, 전 직장인 경우에는 1년 2개월로 평균 근속기간이 각각 1개월 3일, 6일 증가했다. 일자리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청년들이 첫 직장에 들어가 더 오래 일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청년들이 공무원, 대기업 등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워진 항공업이나 음식업 등에서 휴직이나 폐업 등을 목격하다 보니 공무원이나 대기업을 선호하는 안전지향성이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년 취준생이 늘고 있는 만큼 향후 인력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보기술(IT)이나 바이오 분야에서 직업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남건우 기자 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