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체험객들이 몰리는 노후 아파트의 복도.2021.7.20/© 뉴스1
관할 구청과 경찰은 당장 뾰족한 수가 없다며 사실상 대안을 내놓지 못하면서 주민들은 불안한 심야시간을 감내하고 있다.
20일 오후 찾아간 영도구 영선동 A아파트.
아파트 내부도 불이 켜지지 않아 한낮임에도 어두컴컴했다. 며칠 전 내린 장맛비가 제대로 마르지 않아 습한 냄새까지 진동했다.
공포 체험객에 의해 깨진 창문.2021.7.20 /© 뉴스1
최초 A아파트는 총 4개동 239세대가 살던 곳이었다.
이런 환경 탓일까. 몇 해 전부터 심야 시간대 카메라를 들고 공포체험을 하러 온 유튜버나 20~30대 젊은층의 발길이 계속되고 있다.
영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4시께 청소년 4명이 고함을 지르고 유리창을 깨고 달아났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아파트 주변 폐쇄회로(CC)TV가 없어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신고를 한 주민 B씨는 “밖이 시끄러워 문을 살짝 열어 틈새로 보니 학생들이 돌멩이를 던지다가 창문이 안 깨지니까 버려져 있던 유리병을 던져 깨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창문을 깨고 나한테 해코지 할까봐 그날 밤 한숨도 못잔 채 이불을 뒤집어 쓰고 벌벌 떨었다. 아침에 나가보니 유리 파편이 온 사방에 다 튀어 있었다”고 말했다.
아파트 내부 복도 모습.2021.7.20/© 뉴스1
실제 유튜브 등에는 A아파트를 대상으로 공포체험에 나선 유튜버들의 영상이 올라와 있다.
주민 신모씨(73)는 “새벽에 와 집마다 돌며 문고리를 돌리고 잡아떼려고까지 한다”며 “잠잘 때 ‘끼익끼익’ 문고리 돌아가는 소리에 무섭고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피해와 공포가 계속되자 남은 주민들은 관할 영도구청과 경찰에 CCTV 설치 등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유지인 점과 올해 관련 예산 미확보 등의 이유로 당장 뚜렷한 대안은 없는 실정이다.
구 관계자는 “아파트가 사유지다 보니 단지 내 CCTV를 설치하기 어렵고 인근 도로에 설치하려고 해도 당장은 예산이 없다”며 “올해 예산을 확보해 내년에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부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