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끝이 아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듬해인 2017년,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33·상하이 유베스트)은 이런 제목의 자서전을 냈다. 한국, 일본, 터키리그도 모자라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런던올림픽 최우수선수(MVP) 수상까지 배구선수로 남부러울 것이 없었던 그가 ‘아직’을 외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올림픽 메달을 향한 간절함 때문이었다.

김연경의 우선순위 맨 앞엔 늘 올림픽이 놓여 있다. 앞서 지난해 1월 태국에서 열린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당시 김연경은 복근이 찢어지는 부상에도 진통제를 맞고 경기에 출전해 올림픽 티켓을 따내는 집념을 보였다. 김연경의 에이전트인 임근혁 IM컨설팅 대표는 “예선전부터 복근 상태가 좋지 않았다. 3주 이상의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 상황에도 대회 출전을 강행하는 모습을 보고 선수에게 올림픽의 의미가 얼마나 큰 지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후 부상으로 소속팀(당시 터키 에즈자즈바시으)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면서 수억 원 대 연봉 삭감을 감수해야 하기도 했다. 매니지먼트사인 라이언앳의 이해욱 대표도 “같은 소속사의 쇼트트랙 선수들과 이야기할 때도 올림픽 메달 이야기만 나오면 늘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물론 올림픽 메달로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다. 당장 ‘학교 폭력’ 논란으로 이재영, 다영 자매(이상 25)가 국가대표 자격이 박탈된 데 이어 레프트 강소휘(24)도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대표팀 라인업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도쿄에서 최대한 늦게 돌아오겠다”던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도미니카공화국, 일본과의 예선 맞대결이 중요할 전망이다. 이정철 본보 해설위원(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첫 상대인 브라질이 쉽지 않겠지만 최대한 좋은 분위기로 일본, 도미니카를 상대해야 한다. 이소영(27) 등 김연경의 대각에 서는 레프트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