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아로 태어나 단국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민랑의 생후 20일 째 모습.(단국대병원 제공) © 뉴스1
지난 1월 5일 단국대병원에는 임신 26주의 베트남 국적 임신부 레(Le)씨가 긴급 이송됐다. 임신 25주차에 심각한 임신중독증상이 나타나 치료를 받던 중 혈압이 높아지면서 상태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송 당시 레씨는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상태였다. 아기는 성장을 멈춰 심장박동 마저 약해져 있었다. 엄마와 아기, 모두의 생명이 위험했다.
응급치료를 마친 단국대병원 의료진은 출산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이송 이틀 뒤인 7일 수술을 통해 키 23cm, 체중 540g의 초극소 저출생 체중아가 태어났다.
초극소 저출생 체중아는 미숙아 중에서 출생 당시 체중이 1000g 미만의 아기를 말한다.
임신 26주차에 540g의 미숙아로 태어난 민랑은 단국대병원 의료진의 보살핌으로 꾸준히 성장해 출생 7개월 만에 부모 품에 안겨 퇴원했다.(단국대병원 제공)© 뉴스1
아기 아빠인 토안(Toan)씨는 이 순간을 “의사 선생님들이 기적의 손으로 아들을 저승사자의 손에서 되찾아 오는 것에 성공했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540g의 아기가 감당해야 할 바깥세상의 환경은 가혹했다. 체온조절이 힘들었고 영양 상태도 안정적이지 못했다. 장기간 입원치료로 인한 신생아 패혈증 등 수차례 합병증이 발생했다.
아기가 생존을 위해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사이, 아기의 부모도 살아남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
레씨 부부는 지난 2013년 비전문 취업비자로 입국해 거주해 오다 비자가 만료돼 불법체류자 신분이 됐다. 임신 사실을 알고 베트남에서 출산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귀국길이 막혔다. 임신중독증까지 나타나 아내와 아기의 생명마저 위협을 받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면서 단국대병원 교직원들의 자발적인 후원모임인 단우후원회를 비롯해 기독교원목실, 희망의 친구들, 라파엘클리닉 등에서 성금을 모아 후원했다.
단국대병원도 병원비를 납부하지 못하는 레씨 부부를 채근하지 않았다. 의료진은 아이 옆에서 부모 역할을 대신하며 성장을 도왔다.
수차례 합병증을 이겨낸 아이에게는 ‘민랑’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체중도 꾸준히 늘어 4kg이 됐고 태어난 지 7개월 만인 지난 15일, 퇴원해 병원 밖 세상을 마주할 수 있게 됐다.
민랑 아빠 토안씨는 편지를 통해 의료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선생님들이 밤낮없이 힘겹게 아들을 돌봐주신 덕분에 아들의 몸무게가 4kg에 달했다”라며 “540g에서 4kg으로 느는 것은 기적이 아닐 수 없다”라고 적었다.
긴 입원 기간동안 1억 7000여 만원의 진료비가 발생했다. 레씨 부부가 납부한 금액과 후원금을 합쳐 2000만원이 납부돼 1억 5000여 만원의 병원비가 남아 있다. 단국대병원은 받지 못한 진료비를 미수처리하기로 했다.
단국대병원 관계자는 “생명을 살리는 일이 우리 병원이 할 일이고 생명의 가치 앞에 차별이 있을 수 없다”이라며 “타국에서 생사의 고비를 수없이 넘겨야 했던 아기와 부부가 앞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천안=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