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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제9회 응씨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전…급할수록 돌아가라

입력 | 2021-07-21 03:00:00

○ 이치리키 료 9단 ●셰커 8단
준결승 2-2국 8보(93∼106)




흑 93. 너나 할 것 없이 중앙 침투, 혹은 삭감을 떠올렸지만 셰커 8단의 선택은 모두를 비웃기라도 하듯 하변이었다. 하변을 먼저 키우며 후반 추격을 노리겠다는 느긋하면서도 발칙한(?) 발상이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진리와 맞닿아 있다.

백 94는 지금이 타이밍. 이에 흑 95로 방향을 선회해 하변 경영에 힘을 쏟은 것도 올바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백 96을 당해 우변이 뚫렸지만 흑도 93, 95 두 방을 두면서 하변이 제법 도톰해졌다.

흑 97은 두말 할 것 없이 큰 곳이지만 과했다. 백 98로 어깨를 짚은 뒤 100으로 붙이는 수가 제격으로 중앙 백진 삭감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흑 97로는 중앙을 먼저 견제해야 했다. 흑 101 때 백 102는 이해하기 어렵다. 귀의 실리가 크다고는 하나 참고도처럼 백 1로 두텁게 연결해 중앙과 좌상귀 흑을 잡는 수를 맞보기로 노려야 했다. 실전은 흑 103, 105로 중앙을 끊겨 백 두 점이 엷어졌다. 흑이 드디어 중앙 삭감의 기회를 잡았다.




해설=김승준 9단·글=구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