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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장… 온라인 판매… 카페… “분산투자로 ‘다마불사’ 만들었죠”

입력 | 2021-07-21 03:00:00

[농업에서 미래를 찾는다]마 판매경로 확대한 이은하씨



마의 부가가치를 높인 다양한 판매방식을 개척한 이은하 농부가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마주스와 마빵을 선보이고 있다. 연천=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비무장지대(DMZ)와 가까운 경기 연천군에 사는 이은하 씨(42). 유행한다는 창업 품목은 거의 다 해봤다. 주스 전문점도 했고, 치킨집도 해봤다. 실패의 연속이었다. 경쟁이 너무 치열했기 때문이다. 2018년 자영업을 포기하고 남편과 함께 귀농을 선택했다. 시가의 전문 분야인 마 재배로 눈을 돌렸다. 시부모님은 연천에서 5만9500m²(약 1만8000평) 규모의 마 농사를 짓고 있다. 15일 마 농사 현장을 찾은 기자에게 이 씨는 이렇게 말했다.

“시가의 마 농사에 합류했지만 저의 관심사는 조금 달랐습니다. 시부모님의 관심이 ‘어떻게 마를 잘 키울까’였다면 저는 ‘어떻게 잘 팔까’에 주목했습니다. 부가가치를 높여 제값 받고 팔아보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마는 요즘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웰빙 식품이다. 식이섬유가 많아 변비 해소, 피부 미용, 소화 촉진 등에 효과가 좋다. 하지만 판매 경로가 제한적이다. 대다수 마 농가는 서울 경동시장 같은 도매시장에 한꺼번에 물량을 넘긴다. 그러다 보니 도소매가 차이가 매우 크고 수급 조절도 힘들다.

이 씨의 부가가치 제고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소비자 직거래로 관심을 돌렸다. 원래는 대량으로 도매시장에 넘겼지만 최근 유통업계에서 소포장 상품이 인기인 것을 감안해 1kg들이 상자에 담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도매시장에 넘겼을 때 5만 원이었을 상품을 소포장으로 나눠 행사장에 가져가 판매해서 26만 원으로 만들었으니까요. 특히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받고 소포장을 했더니 까다롭기로 유명한 백화점 행사장에 들어갈 기회를 얻었습니다.”

다양한 마 제품과 특산물이 전시돼 있고 현장 구매도 가능한 ‘마 카페’ 내부(위 사진). 미끈거리는 마의 껍질을 벗겨낸 뒤 진공포장 상태로 판매하는 포장제품. 온라인사이트에서 인기가 높다. 연천=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둘째, 소포장에 뛰어들면서 온라인이 대세라는 판단을 내렸다. 온라인 판매에서는 브랜딩이 중요하다. 이 씨는 이름 없는 마 농가가 아니라 시아버지 이름을 따서 ‘장기선 마농원’이라는 온라인 사이트를 만들고 상표등록도 마쳤다.

“온라인 고객은 편리함을 중시합니다. 소포장은 땅에서 캐낸 생(生)마 상태로 판다면 온라인에서는 진공 포장한 깐 마가 잘 팔립니다. 바로 마 주스로 만들어 마실 수 있으니까요. 한 잔 주스용 7개 세트(2만4000원 정도)가 최대 히트 상품입니다.”

지난해 폭우로 인한 뿌리작물 침수 사태로 상품 공급이 어려워져 지금은 온라인 판매가 잠정 중단됐지만, 9월 마 수확기가 되면 정상 재가동될 예정이다. 그렇다고 풀 죽어 있을 수만은 없다. 요즘 이 씨는 ‘마 카페’ 메뉴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2019년 연천군 농업기술센터와 경기농업기술원에서 주관하는 로컬푸드 곁두리카페 사업에 선정돼 농장 근처 마을 한복판에 마 음료 디저트 전문 카페를 열었다. 시골 한가운데 카페가 있다는 의외성 덕분에 연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동네 사랑방 역할도 겸하고 있다.

“마에 흑임자, 단호박 등을 추가하면 맛이 고소하고 달달한 음료가 됩니다. 나중에 집에서 만들어 먹겠다며 마 한 상자를 사 가시는 고객도 많습니다. 그럴 때면 마의 대중화에 기여한다는 생각에 뿌듯합니다.”

그는 마 음료에 그치지 않고 마 빵, 마 잼 등 각종 디저트류도 직접 개발했으며, 마의 끈적이는 성분을 이용해 앞으로 스틱젤리 생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자영업을 하던 시절에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넘길까’가 당면 과제였습니다. 마에 뛰어든 지금은 장기 비즈니스 계획을 세울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이 씨가 미래에 대한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은 영농 정착지원 사업이다. 2018년부터 3년간 월 최대 100만 원의 생활지원자금을 받았다.

“혜택 기간이 끝나니까 정말 섭섭하더라고요. 정착 초기 막막할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됐습니다. 게다가 농지은행을 통해 마 농토도 저리로 임대받았죠. 무엇보다 가장 큰 도움은 소포장, 온라인 유통, 마 카페 오픈 등 저의 비즈니스 마인드를 넓혀준 겁니다. 저는 그걸 ‘분산투자’라고 부릅니다. 주식에만 분산투자가 있으란 법이 있나요? 농사에도 있습니다.”



연천=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