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에서 미래를 찾는다]마 판매경로 확대한 이은하씨
마의 부가가치를 높인 다양한 판매방식을 개척한 이은하 농부가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마주스와 마빵을 선보이고 있다. 연천=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비무장지대(DMZ)와 가까운 경기 연천군에 사는 이은하 씨(42). 유행한다는 창업 품목은 거의 다 해봤다. 주스 전문점도 했고, 치킨집도 해봤다. 실패의 연속이었다. 경쟁이 너무 치열했기 때문이다. 2018년 자영업을 포기하고 남편과 함께 귀농을 선택했다. 시가의 전문 분야인 마 재배로 눈을 돌렸다. 시부모님은 연천에서 5만9500m²(약 1만8000평) 규모의 마 농사를 짓고 있다. 15일 마 농사 현장을 찾은 기자에게 이 씨는 이렇게 말했다.
“시가의 마 농사에 합류했지만 저의 관심사는 조금 달랐습니다. 시부모님의 관심이 ‘어떻게 마를 잘 키울까’였다면 저는 ‘어떻게 잘 팔까’에 주목했습니다. 부가가치를 높여 제값 받고 팔아보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마는 요즘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웰빙 식품이다. 식이섬유가 많아 변비 해소, 피부 미용, 소화 촉진 등에 효과가 좋다. 하지만 판매 경로가 제한적이다. 대다수 마 농가는 서울 경동시장 같은 도매시장에 한꺼번에 물량을 넘긴다. 그러다 보니 도소매가 차이가 매우 크고 수급 조절도 힘들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도매시장에 넘겼을 때 5만 원이었을 상품을 소포장으로 나눠 행사장에 가져가 판매해서 26만 원으로 만들었으니까요. 특히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받고 소포장을 했더니 까다롭기로 유명한 백화점 행사장에 들어갈 기회를 얻었습니다.”
다양한 마 제품과 특산물이 전시돼 있고 현장 구매도 가능한 ‘마 카페’ 내부(위 사진). 미끈거리는 마의 껍질을 벗겨낸 뒤 진공포장 상태로 판매하는 포장제품. 온라인사이트에서 인기가 높다. 연천=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온라인 고객은 편리함을 중시합니다. 소포장은 땅에서 캐낸 생(生)마 상태로 판다면 온라인에서는 진공 포장한 깐 마가 잘 팔립니다. 바로 마 주스로 만들어 마실 수 있으니까요. 한 잔 주스용 7개 세트(2만4000원 정도)가 최대 히트 상품입니다.”
지난해 폭우로 인한 뿌리작물 침수 사태로 상품 공급이 어려워져 지금은 온라인 판매가 잠정 중단됐지만, 9월 마 수확기가 되면 정상 재가동될 예정이다. 그렇다고 풀 죽어 있을 수만은 없다. 요즘 이 씨는 ‘마 카페’ 메뉴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2019년 연천군 농업기술센터와 경기농업기술원에서 주관하는 로컬푸드 곁두리카페 사업에 선정돼 농장 근처 마을 한복판에 마 음료 디저트 전문 카페를 열었다. 시골 한가운데 카페가 있다는 의외성 덕분에 연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동네 사랑방 역할도 겸하고 있다.
그는 마 음료에 그치지 않고 마 빵, 마 잼 등 각종 디저트류도 직접 개발했으며, 마의 끈적이는 성분을 이용해 앞으로 스틱젤리 생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자영업을 하던 시절에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넘길까’가 당면 과제였습니다. 마에 뛰어든 지금은 장기 비즈니스 계획을 세울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이 씨가 미래에 대한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은 영농 정착지원 사업이다. 2018년부터 3년간 월 최대 100만 원의 생활지원자금을 받았다.
“혜택 기간이 끝나니까 정말 섭섭하더라고요. 정착 초기 막막할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됐습니다. 게다가 농지은행을 통해 마 농토도 저리로 임대받았죠. 무엇보다 가장 큰 도움은 소포장, 온라인 유통, 마 카페 오픈 등 저의 비즈니스 마인드를 넓혀준 겁니다. 저는 그걸 ‘분산투자’라고 부릅니다. 주식에만 분산투자가 있으란 법이 있나요? 농사에도 있습니다.”
연천=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