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마더’ ‘제국의 미래’ 저자 에이미 추아 美예일대 법대 교수
한국에 ‘타이거 맘(tiger mom)’으로 잘 알려진 에이미 추아 미국 예일대 법대 교수의 전문 분야는 교육이 아니라 국제관계다. 그는 인터뷰에서 “한국의 역사를 보면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자랑스러워해야 한다”며 “한국은 무서운 이웃인 중국을 다뤄 왔고 많은 것을 성취했다”고 했다. 에이미 추아 교수 제공
《에이미 추아 미국 예일대 법대 교수(59)의 이름은 ‘타이거맘(tiger mom)’의 상징처럼 불린다. 엄격한 중국식 교육방법을 다룬 책 ‘타이거 마더’로 세계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킨 결과다. 그러나 그의 전문 분야는 교육이 아닌 국제관계와 세계화, 국제경제법. ‘불타는 세계’와 ‘제국의 미래’, ‘정치적 부족주의’ 같은 저서들을 통해 글로벌 분쟁과 미국의 외교 전략을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6개월을 맞아 추아 교수가 보는 미국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최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위협을 느낄 때 정치적으로 더 부족화(部族化·become more tribal), 양극화된다”며 급격히 변해가는 미국의 인종 구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등이 가져온 미국 내 분열과 갈등을 지적했다. 미중 간 경쟁이 격화하는 것에 대해 중국계인 그는 “중국의 민족적 정체성이 갖는 힘을 미국이 이해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중국은 위협당하면 굴복하기는커녕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더 강하게 나갈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 시대’가 끝나고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됐다. 당신이 말해온 ‘관용’과 ‘동화’의 관점에서 이를 평가한다면….
“미국 사회는 대선을 거치면서 극도의 분열상을 드러냈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너무나 많은 분열이 있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격렬했던 분열을 진정시키려 노력하면서 수사(rhetoric)들이 차분해졌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많다. 남부 국경의 불법 이민자 문제나 중국 정책 등은 행정부가 바뀐다고 곧바로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다.”
“미국 사회 저변에 흐르는 역학구도가 작용했다고 본다. 지난 200년간 미국은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백인들이 지배적인 위치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이민자의 물결 속에 2044년쯤 되면 역사상 처음으로 백인이 다수가 되지 못하는 시대가 온다. 이것은 백인, 기독교인을 비롯한 미국의 모든 집단이 위협받는다고 느끼도록 만들고 있다. 심지어 정치인들은 ‘백인 대학살(white genocide)’이라는 말까지 쓰고 있다. 사람들은 위협을 느낄 때 더 부족화하고 양극화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통합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역학구도와 물밑 긴장은 그대로 존재한다.”
―코로나19는 미국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다고 보나.
“코로나19가 우리를 하나로 모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초기에 있었다. 9·11테러 때처럼 공동의 위기 앞에서 사람들은 뭉치기 마련이다. 불행히도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그 위기 앞에서 더 부족화됐다. 과학과 의학의 영역이고 객관적 수치들이 있는데도 (보수) 폭스나 (진보) MSNBC방송은 같은 사안을 완전히 다르게 이야기한다. 매우 비생산적이다.”
―저서 ‘정치적 부족주의’에서 미국이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같은 지역의 부족 정체성을 간과해 외교 정책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그런 관점에서 미국의 외교는 현재 어느 지점에 와 있나.
“미국은 외교 정책적 측면에서 끔찍한 실수를 많이 했다. 베트남 전쟁의 경우 미국은 그들의 국민 정서와 부족적 특성을 이해하지 못했고, ‘민주주의 대 사회주의’, ‘자본주의 대 공산주의’ 같은 거대담론의 관점에서 이분법적으로 접근했다. 단일민족적 성향이 강한 중국은 좀 다르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민족적 다양성이 아니라 민족적 정체성이 갖는 힘, 부족적 민족주의의 강력함을 이해하느냐 하는 것이다. 역사적인 문제는 때로 수백 년이 지나도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한국이 일본과 중국에 대해 갖는 깊은 감정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19세기 서구 열강들이 중국으로 몰려왔을 때를 생각해 보라. 미국이 중국을 위협하면 중국은 굴복하기는커녕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더 강하게 나갈 것이다. 미국이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이 매우 강력한 경쟁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상대인 것은 맞다. 매우 강한 전체주의는 때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국민이 독재자에 대해 쓴소리를 할 수 없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도 없다. 통제와 검열 속에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를 쉽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중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군사적인 우위, 그리고 경제적 파워를 보라. 달러 통화와 뉴욕 증권시장을 보라.”
―미국은 중국계 학생들의 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있다. 중국계 학생이나 중국인이 부당한 대우나 차별을 받는 일이 캠퍼스에서 생기고 있나.
“비자 제한 조치는 미국 최악의 정책 중 하나였다. 전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끌어오는 건 늘 미국의 전략이었다. 새로운 행정부가 이 정책을 다시 뒤집기를 바란다. 중국계뿐 아니라 한국 학생들을 포함해 아시아계 미국인이 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많은 미국인들이 중국인과 한국인, 일본인을 구별하지 못하다 보니 아시아계를 향한 폭력은 무작위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젠더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이 문제도 정치적 부족주의로 볼 수 있나.
“여성들은 불만을 터뜨릴 정당한 이유들이 늘 있었다. 남녀 양쪽 모두 표현 방식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특히 정치인들이 더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다. 남녀 양쪽 모두 논쟁할 권리가 있지만 특정 집단을 공격하는 수사는 자제해야 한다.”
―‘타이거 마더’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논란이 됐던 당신의 교육 방식 결과에 만족하는가.
추아 교수의 첫째딸 소피아의 예일대 로스쿨 졸업식. 왼쪽에 있는 사람은 추아 교수의 남편인 제드 러벤펠드 예일대 교수다.
―타이거맘의 교육 방식은 미래에도 유효할까.
추아 교수의 둘째딸 루루의 하버드대 학부 졸업식 사진. 그는 올해 9월이면 하버드대 로스쿨 3학년생이 된다.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국의 역사를 보면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한국은 무서운 이웃인 중국을 다뤄왔고, 많은 것을 성취했으며 K팝을 비롯해 전 세계 문화에 많은 기여를 했다. 한국인 학생들이 보여주는 성과도 정말 인상적이다.”
에이미 추아 교수(가운데)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큰딸 소피아(왼쪽), 하버드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둘째 딸 룰루.
△1984년 하버드대 학부 졸업
△1987년 하버드대 로스쿨 졸업. 아시아계 최초 ‘하버드 로 리뷰’ 편집장
△ 2001년 예일대 법대 교수
△‘불타는 세계’(2003년), ‘타이거 마더’(2011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제국의 미래’(2007년), ‘트리플 패키지’(2014년), ‘정치적 부족주의’(2018년) 출간
△ 2011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영향력 있는 100인’ 선정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