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폭증에 ‘무너진 거리 두기’
“오메, 여기서 코로나 걸릴라.”
19일 오후 2시 20분경 서울 종로구의 한 임시선별검사소. 입구를 가득 메운 대기 행렬을 바라보던 50대 여성이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이날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고3 학생과 교직원 인파가 몰리며 검사소엔 두 개의 대기 줄이 수백 m 이어졌다. 대기 줄에 선 시민 40여 명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지만 방역지침을 안내하는 직원이나 ‘거리 두기’ 관련 표시는 없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며 선별진료소를 찾는 시민이 크게 늘고 있지만 일부 검사소에서는 거리 두기 등 기본적인 방역지침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취재팀이 18일부터 20일까지 찾은 서울 시내 12개 검사소 중 6개 검사소에는 거리 두기를 안내하는 관계자나 ‘거리 두기’ 관련 표시가 없었다. 이 때문에 검사소 앞은 인파가 몰리며 2m 이상 거리 두기가 거의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방역당국과 지자체가 내놓은 현장 대책들이 방역수칙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18일 ‘임시선별검사소 하절기 운영수칙’을 강화하며 검사 대상자를 위한 그늘막 설치와 대형 선풍기, 양산, 얼음물 제공 및 온열환자 이송 체계를 마련했다. 일부 지자체는 이에 따라 선별검사소에 양산과 얼음물 등을 비치해 대기하는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18일 오후 2시경 서울 서초구 임시선별검사소 대기 줄에 선 시민들은 찌는 듯한 더위에 양산과 얼음물을 반기며 이용했다. 일부 시민은 아이스박스에서 얼음물을 꺼내 마시며 착용한 마스크를 내리기도 했다. 시민들은 별도로 소독되지 않은 양산도 번갈아 사용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시민들이 몰리면 얼음물 수령과 양산 소독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더욱 철저한 안내를 통해 관리하겠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이 같은 환경이 교차 감염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델타 바이러스는 야외라도 순간적으로 주변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다”며 “선별진료소를 이용할 때 적어도 1m 이상 거리를 두고 양산 등 공용 물품을 만질 때는 장갑을 착용하거나 손 소독을 해야 한다. 마스크를 절대 벗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선별진료소 내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최근 계속되는 폭염에 대응하기 위해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확대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일 서울시청 통합상황실에서 25개 자치구청장들과 화상회의를 통해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는) 시민이 차량에 탑승한 채로 검사를 받기 때문에 검사가 신속하고 대기자와 접촉하지 않아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폭염 속에서도 시민들이 편하게 대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구청장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현재 서울에선 서초구가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