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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데이터 이야기]은메달 반-동메달 반 나눠가진 日 선수들

입력 | 2021-07-21 03:00:00

1936년 베를린올림픽 출전했던
장대높이뛰기 대표 니시다-오에
똑같은 높이 2위 하자 서로 양보
결국 수상후 메달 쪼개 반씩 가져




올림픽은 나눔이다. 일본 장대높이뛰기 선수 니시다 슈헤이, 오에 스에오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하나라도 차지한 2만8251명 가운데 누구보다 이 정신을 잘 실현한 사례로 꼽힐 만하다. 이 둘은 서로 은메달을 양보한 끝에 결국 ‘반은반동(半銀半銅)’ 메달(사진)을 만들어 나눠 가졌다.

일본 와세다대에 재학 중이던 니시다와 게이오대에 다니던 오에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일본 대표로 참가했다. 금메달은 당시 올림픽 기록이던 4.35m(현재 올림픽 기록은 6.03m)를 뛰어넘은 얼 메도스(미국)에게 돌아갔다. 이어 또 다른 미국 대표 빌 세프턴과 두 일본 선수가 4.25m로 동률을 이뤘다.

현재는 이런 상황이 나오면 시도 횟수가 적은 사람에게 높은 순위를 준다. 당시에는 ‘승부뛰기’ 방식으로 순위를 정했다. 점점 높이를 높여가면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선수가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방식. 승부뛰기에서 일본 선수는 모두 4.15m에 성공했지만 세프턴은 실패하면서 자동으로 4위가 됐다.

그러자 두 일본 선수는 승부뛰기를 거부하며 상대에게 은메달을 양보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대회조직위원회는 일본 대표팀에 메달 수상자를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본 대표팀은 논의를 거쳐 니시다에게 은메달, 오에에게 동메달을 주기로 결정했다. 결선에서 니시다는 한 번에 4.25m를 뛰어넘었지만 오에는 두 번째에 성공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 뒤로도 양보는 계속됐다. 4년 전 로스앤젤레스(LA) 대회 때 이미 은메달을 땄던 니시다가 시상대 위에서 동메달리스트 자리에 서겠다면서 오에에게 자리를 양보한 것. 결국 시상식 때는 니시다가 아니라 오에가 은메달을 받았다. 일본으로 돌아온 뒤 두 선수는 메달을 각각 반으로 잘라 ‘우정 메달’ 두 개를 만들어 나눠 가졌다.

이틀 뒤 개막하는 도쿄 대회에서도 ‘올림픽은 나눔’이라는 정신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선수가 나올까.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