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집단감염] 서욱 취임후 6번째 사과하던 날 국회에 ‘신속 후송작전’ 설명자료 軍 “4월에 함정요원 백신접종 요청”, 질병청은 “공식라인 보고 없었다” ‘장기출항땐 항원검사 키트’ 지침에도 軍, 정확도 낮은 ‘항체 키트’만 지급
돌아온 청해부대원… 장병의 ‘거수경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집단감염 사태로 공군 수송기를 타고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이 20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한 뒤 국군병원 등으로 이동할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다(왼쪽 사진). 치료시설로 가는 버스에 탄 한 장병이 카메라를 보고 경례를 하고 있다. 성남=양회성 yohan@donga.com·김재명 기자
‘노(No) 백신’ 상태로 아프리카 현지로 파병됐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로 작전을 중단한 해군 청해부대 34진의 조기 귀국 과정을 외교적 성과로 자화자찬하는 자료를 군이 20일 국회에 배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서욱 국방부 장관이 내놓은 대국민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 장관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오리발 귀순’ ‘부실 급식’ ‘공군 중사 사망 사건’ 등에 이어 6번째 사과를 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에 제출한 ‘청해부대 34진 긴급 복귀 경과 및 향후 대책’이라는 제목의 설명자료에서 수송기를 통한 장병 귀국 과정을 “현지 국가의 적극적인 협조를 견인한, 우리 군사외교력이 빛을 발한 사례”라며 “최단 기간에 임무를 달성한 최초의 해외 의무 후송 사례”라고 자평했다. 초유의 ‘방역 참사’에 따른 작전 중단 사태를 ‘신속한 후송 작전’으로 포장하자 야당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군은 또 “외교부, 현지 공관, 국토교통부 등 관련 기관의 긴밀한 협조로 짧은 기간에 200여 명의 대규모 인원을 급파했다”며 “외교부 지원으로 3일 만에 (수송기 급파를 위한) 20여 개국 영공 통과 승인 협조를 얻었다”고도 했다.
특히 청해부대가 10일 이 키트로 40여 명의 감기환자를 대상으로 간이검사를 했을 때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이 때문에 3일 뒤 유전자증폭(PCR) 검사로 확진자가 나올 때까지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친 셈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와중에 방역 참사를 두고 군과 방역당국이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책임 공방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4월 서해에서 해군 상륙함인 ‘고준봉함’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직후 군은 질병관리청에 함정 승조원의 백신 우선 접종을 요청했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당시 군이 우선 접종을 요청한 함정 근무자는 청해부대도 포함됐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질병청이 군의 요구를 수용했다면 청해부대에 백신 전달이나 현지 접종 방안을 강구할 여지가 있었다는 게 군의 주장이다.
하지만 질병청 고위 관계자는 “실무선에서 구두 협의를 했을 순 있지만 공식 라인으로 보고된 것이 아니다”며 “설령 사실이라고 해도 수용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시는 백신 물량이 부족했고, 도입된 물량의 대부분인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혈전 논란 때문에 젊은층이 많은 파병 장병들에게 공급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군과 방역당국 모두 직무유기와 소극 대처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