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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도 고열·후각 상실 보고했지만 타이레놀 주며 버티라고 해”

입력 | 2021-07-21 03:00:00

[청해부대 집단감염] 청해부대 장병 부모들 軍대응에 분통




청해부대 34진 장병들 가운데 감기 증상자가 속출하는데도 국군의무사령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가능성이 낮다고 상부에 보고한 것은 군의 안이한 방역 의식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군의무사 의료진이 원격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이런 보고를 한 10일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 함정에서는 고열 등 감기 증상이 나타난 장병들이 다수 발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첫 증상자 발생 직후 함정 내에선 강력한 거리 두기와 환기 대책 강화, 취침 시 마스크 착용 등 방역조치를 상향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의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얘기다. 더욱이 34진 장병 전원이 백신 미접종 상태였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국군의무사가 유증상자들을 단순 감기로 속단해 후속 조치에 혼선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일 첫 감기 환자가 발생했지만 청해부대는 합참에 즉각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사흘 뒤인 5일 감기 증상자가 속출하자 그제야 증상자 격리 및 내부 환기 등 방역대책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 판정을 받은 34진 소속 장병의 아버지 A 씨는 19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실과의 통화에서 “독감에 걸린 병사들이 ‘맛이나 후각을 잘 못 느껴 일반적인 독감일 리가 없다. 코로나19일 확률이 높다’고 보고했으나 묵살됐다”고 주장했다고 하 의원 측이 전했다. A 씨는 “간부들은 코로나19 의심도 안 했다고 한다. 병사들의 체온이 39∼40도까지 오르는데 감기약(타이레놀)을 두 알씩 주면서 버티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다른 장병의 동생 B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청해부대 감염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올 때 즈음, 형이 형수에게 (전화해) ‘감기 증상이 있어서 약을 먹고 있는데 감기가 안 떨어진다’고 했다”고 전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다른 장병의 아버지 C 씨는 20일 통화에서 “귀국 수송기를 타기 전에 통화가 됐지만 (아들이) 상황을 얘기하지 못하고 ‘네, 네’만 답해서 장병들을 (실태를 알리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장병의 아버지 D 씨는 “해군본부 소령에게 ‘잘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았지만 아들은 문자메시지를 읽었는데 답신이 없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