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과 의료물자 부족에 시달리는 미얀마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자 군부정권이 시민들에게 불경을 외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쫓아내라고 촉구했다. 승려들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불경이 아니라 산소통”이라고 비판했다.
20일 미얀마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전날 군부가 운영하는 한 신문에 미얀마 종교문화부가 낸 공고문이 실렸다. 이 공고문은 시민들을 향해 “기근과 질병을 물리칠 수 있는 ‘라타나경(불경의 일종)을 집에서 암송하라”고 권고했다. 또 “승려 모임 등 각 지역의 불교 단체들은 코로나19 방역 규정에 따라 마을에서 불경 암송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지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라와디에 따르면 불과 한 달 전 군부는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승려들이 군부 정권을 규탄하며 불경을 외자 승려들을 욕하고 폭행했다. 승려를 탄압한 군부가 이제는 승려들에게 ’불경 암송‘ 캠페인을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라와디는 “불교는 살생을 큰 죄로 여기는데 쿠데타 이후 어린이들을 포함해 900명 이상을 죽인 군부가 이제는 불경을 외우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