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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꿈꾸던 ‘친노-친문 적자’ 김경수, 정치생명 치명타

입력 | 2021-07-21 17:45:00

댓글 조작 등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오전 경남도청을 나서고 있다. 2021.7.21/뉴스1 © News1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아끼는 핵심 측근이다.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적자로 꼽혀온 김 지사를 두고 친문 진영에서는 공공연하게 “차차기 대선 후보는 김 지사”라고 해왔다. 그러나 21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서 그의 정치 생명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경남 고성 출신의 김 지사는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정계에 입문해 신계륜 유선호 임채정 국회의원의 보좌진을 거쳤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의 선거 캠프부터 합류했던 김 지사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 행정관으로 시작해 연설기획비서관 등을 지냈다.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엔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까지 곁을 지켰다. 2012년 대선과 2017년 대선에서는 문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했다.

2012년 총선, 2014년 경남지사 선거에서는 연이어 고배를 들었지만 2016년 봉하마을이 있는 경남 김해을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됐다. 2018년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경남지사에 재도전 해 야권의 거물인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을 꺾고 승리했다. 이로 인해 친노와 친문 진영 교집합의 중심에 서 있는 김 지사는 50대 초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로 부상했다.

‘드루킹 사건’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김 지사는 임기 시작 7개월여 만에 1심에서 법정 구속됐고, 이어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됐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김 지사는 2년의 실형을 살고, 그로부터 5년이 지난 뒤에야 피선거권이 회복된다. 한 친문 인사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이어 김 지사까지 물러나면서 사실상 친노-친문을 잇는 적자는 사라졌다”며 “대법원 선고를 지켜봤단 상당수 여권 인사들이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했다.

여기에 2018년 지방선거에서 부산, 울산, 경남을 석권했던 민주당은 3년 만에 초토화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앞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성추문으로 사퇴했고, 송철호 울산시장은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새 경남지사는 내년 지방선거 때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자치단체장 보궐선거는 매년 4월과 10월 연 두 차례 실시가 가능해졌다. 다만 선거일부터 임기 만료까지의 기간이 1년 미만이면 하지 않을 수 있다. 결정은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한다.

김 지사의 퇴장으로 구심점을 잃은 친문 진영의 표심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여당 의원은 “친문 진영이 일사불란하게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친문 표심을 잡기 위해 각 주자 간 ‘적통 계승’ 논쟁이 더 격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