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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대기하다 접종 예약”…부모님 ‘백신 티케팅’ 나선 2030세대

입력 | 2021-07-21 19:16: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사전 예약 오류가 며칠 째 이어지는 가운데 50대인 부모를 대신해 20대 자녀들이 백신 예약을 해주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대학생 김민재 씨(23)는 50~52세 대상 백신 사전예약이 시작되는 20일 오후 8시를 한 시간 앞두고 백신 예약을 위해 노트북 앞에 앉았다.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 홈페이지에 접속하기 위해서였다.

김 씨는 매학기 수강신청을 하며 ‘광클릭(마우스를 빠르게 누른다는 뜻)’을 해본 경험이 많았지만 아무리 클릭을 해도 4시간 반 넘게 사전예약 홈페이지는 열리지 않았다. ‘접속대기 중’ 쓰인 팝업 창만 연거푸 떴다. 예약 대기자는 최대 15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김 씨는 새벽까지 대기하다 21일 오전 12시 반경 어머니의 백신 접종을 예약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모의 백신 예약 지원을 위한 노하우가 공유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 익명게시판 ‘에브리타임’에는 “크롬(구글의 웹 브라우저) 창을 여러 개 띄우면 접속이 쉽다”는 등 접속 요령을 담은 글에 수십 개의 추천이 달리는 등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백신 사전예약 홈페이지는 20일에도 제대로 접속이 되지 않았다. 한 사람이 여러 명의 예약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허술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학생 박모 씨(24)는 20일 어머니의 백신 예약을 대신하다가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면 타인의 예약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 씨는 곧바로 친구들에게 연락해 이들의 부모 10명을 대신해 백신 예약을 해줬다.

박 씨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고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주변 사람부터 챙기지 않을 수 없었다”며 “만약 시스템이 막혀 있었다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니의 백신 예약을 대신 해줬던 취업준비생 천모 씨(24)는 “가뜩이나 20대의 백신 예약이 늦는데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 등 외부 활동은 멈출 수 없다”며 “혹시라도 나로 인해 부모님이 코로나19에 걸릴까봐 20대들이 백신예약을 대신 해주려는 것 같다”고 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