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어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 회의에서 “임대차3법으로 임차인 다수가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법 시행 1년 동안 전월세를 조금만 올려주고 계속 살게 된 세입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매물 가격이 급등했고 셋집 구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신규와 재계약 사이에 이중가격이 형성되고 임대 분쟁도 급증했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보고 싶은 것만 내세워 자화자찬하는 것은 거시경제 운용을 책임지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임대차3법 시행 1년 동안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25% 이상 올랐다. 매물 부족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새로 셋집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인데도 신규 계약 전세금이 재계약 가격에 비해 2배 가까이로 치솟은 곳이 적지 않다. 임대차3법의 계약갱신요구권을 이용해 계약을 연장했더라도 2년 뒤에는 전세금을 대폭 올려주거나 이사해야 할 처지인 것이다.
세입자와 집주인의 갈등도 커졌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임대차3법 관련 분쟁조정 신청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0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집주인은 “직접 살 테니 집을 비우라”고 하고, 세입자는 “나갈 테니 위로금을 달라”고 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무리한 시장 개입이 초래한 혼란으로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세입자의 어려움이 줄어들려면 가격은 안정되고 매물이 넉넉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경제사령탑인 부총리가 시장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잘못된 현실 인식은 또 다른 부실 정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