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신4사 ‘10기가급’ 실태조사

#1. 최대속도 500Mbps(초당 메가비트)인 인터넷 상품에 가입한 60대 A 씨는 최근 실제 속도가 200Mbps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다. 가입 당시 “인터넷 잘 된다”는 설치 기사의 말만 믿고 실제 속도를 직접 확인해 보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다.
#2. 충북 청주시에 사는 50대 B 씨는 일정 요금 이상의 상품에 가입하면 TV 등 고가의 경품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에 1Gbps(초당 기가비트) 인터넷을 설치했다. 사실 이 아파트는 1Gbps 인터넷을 설치할 수 없는 지역이었다. 이런 사실을 고객이 알았다고 해도 이 같은 방식으로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은 규정 위반이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통신사들의 관리 부실 탓에 실제 약속한 속도를 제공하지 못하는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실제 속도가 나올 수 없는 환경임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개통 처리한 통신사들에 정부가 과징금과 함께 시정조치 명령을 내렸다.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4월 한 유명 유튜버가 ‘10기가 인터넷에 가입했는데 속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 것을 계기로 실태 점검에 나섰다. 정부는 최대 속도 10Gbps, 5Gbps, 2.5Gbps 등 10기가급 인터넷 가입자 9125명을 전수조사 했다. 올해 1분기(1∼3월) 최대 속도 1Gbps, 500Mbps 등 기가급 상품 신규 가입자 일부도 조사했다.

초고속 인터넷을 개통했을 때 속도를 측정하지 않았거나, 최저 보장 속도에 도달하지 못했음에도 계약을 강행한 사례도 2만5777건 확인됐다. 시장의 약 60%를 점유한 KT가 2만4221건으로 가장 많았고 LG유플러스(1401건)와 SK텔레콤(86건), SK브로드밴드(69건)가 뒤를 이었다. KT는 과징금 1억9200만 원, 나머지 3사는 시정명령 처분을 받았다.
통신사들은 향후 시스템 설정 오류로 인한 속도 저하 여부를 매일 모니터링해 문제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요금을 감면해 주기로 했다. KT와 SK브로드밴드는 10월 중, SK텔레콤은 11월, LG유플러스는 12월까지 자동 요금 감면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최대 속도가 2.5Gbps나 5Gbps인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10Gbps 속도가 나오는 것처럼 표기한 상품명도 모두 변경된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