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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마스크 쓰니 얼굴 달아올라…뙤약볕엔 ‘흰옷-양산’이 정답

입력 | 2021-07-22 14:12:00


“에어컨 실외기 바람도 아니고….”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를 지나던 회사원 송모 씨(33)는 목에 건 휴대용 선풍기를 가리키며 “아침인데도 바람이 너무 뜨겁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의 아침 최저기온은 28.1도로 열대야 기준인 25도를 훌쩍 뛰어넘었다. 서울 뿐 아니라 인천과 제주, 경북 포항, 경남 양산 등 전국 곳곳에서 나타난 열대야 현상을 당분간 계속 지속될 전망이다.

연일 밤에는 열대야, 낮에는 폭염이 번갈아 나타나면서 특히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심에서는 다른 주변 지역보다 온도가 높은 열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동근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도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기상청 관측소에서 재는 공식 온도보다 더 높은 온도의 열기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그늘막 등 폭염을 피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는 개별 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을 예방하려면 “양산과 모자 등으로 햇볕을 차단하고 헐렁하고 밝은 색의 가벼운 옷을 입으라”고 권장한다. 이에 실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본보 취재진이 열화상카메라 앞에 섰다. 열화상카메라는 피사체의 표면온도가 높을수록 붉은 색으로 나타낸다. 카메라에 찍힌 순간 최대 표면온도를 비교해봤다.

양산을 쓸 때와 쓰지 않을 때를 각각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했다. 양산을 쓰지 않았을 때(위쪽)의 머리 온도는 40도를 넘었지만 양산을 썼을 경우(아래쪽)는 30도대로 낮아졌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2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검은 색 양산을 들었다. 이 때 종로구의 온도는 35.0도. 양산을 썼을 때 기자의 머리 표면 온도는 37.6도였다. 양산을 내리니 뙤약볕이 머리를 달구면서 머리 끝부분의 표면 온도는 5분 만에 45.4도까지 올라갔다. 양산 사용 여부가 약 8도 가량 차이를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양산을 쓰면 체감 온도는 7~10도 가량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옷 색깔에 따라 표면 온도도 달라졌다. 취재진이 각각 흰 옷과 검은 옷을 입고 햇볕에 5분씩 서 있었다. 흰 옷을 입은 기자의 표면 온도는 체온과 비슷한 36.5도 수준이었지만 검은 옷을 입은 기자의 온도는 53.5도까지 올라갔다. 옷 색깔에 따라 17도까지 차이가 난 것이다. 흰 색은 열을 반사하는 특성이 있지만 검은 색은 태양열 뿐 아니라 지면에서 반사된 복사열까지 흡수한다.

색깔에 따라 온도도 차이가 났다. 흰 색은 열을 반사하지만 검은 색은 열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흰 색 옷을 입은 기자의 옷 표면 온도는 36.5도였지만 검은 옷을 입은 기자의 옷 표면 온도는 53.5도까지 올라갔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색깔로 인한 온도 차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꼭 써야 하는 마스크도 예외가 아니었다. 마스크 표면 온도는 숨을 마실 때보다 내쉴 때 1~2도 가량 올라갔다.


검은 색 마스크의 표면 온도는 최대 42.6도, 흰 색 마스크는 최대 39.6도까지 올라갔다. 얼굴의 온도가 3도 차이가 난 셈이다. 검은 색 마스크를 쓴 채 뙤약볕에 노출됐을 때는 두 볼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질병청 역시 “무더위 속에 마스크를 착용하면 심장 박동수와 호흡이 빨라져 체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지적하며 “실외에서 2m 이상 거리두기가 가능할 경우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권고하고 있다.

기상청은 23일에도 전국의 낮 최고기온이 28~37도까지 오르는 등 찌는 듯한 폭염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다음주에는 중국 남부 지역으로 향하는 제6호 태풍 인파(IN-FA) 영향으로 한반도에 다량의 습도와 열기가 북상할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은 “태풍 영향으로 불어오는 습도와 열기의 양이 많을 경우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는 지역이 지금보다 더 늘어나고 불쾌지수도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송혜미 기자 1am@donga.com